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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연 Jul 26. 2018

50권의 자비출판? 자비제본!

책 출간의 길은 왜 이렇게 멀고도 험한 것인지

사실 난, 알고 있었다. 이 출판사에서는 책이 출간되기 어렵겠다라는 것을. 이미 3번째 팀장과의 만남에서 기존의 기획안으로는 출간되기 어렵겠다는 통보를 받지 않았는가. 서점에 가서 나의 책을 출판해 줄 출판사를 찾아 나섰고 Feel이 오는 책을 찾아 뒤편에 있는 출판사의 이메일을 수첩에 적어나갔다.


그렇게 정리한 30군데의 출판사에 메일을 보냈지만 감감 무소식이거나 출간이 어렵겠다는 답변이 돌아왔을 뿐이다. 이 때까지만 해도 책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었고 그 부분에 대해 자신감도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책을 세상에 드러내고픈 열망이 강했는데 출판사들이 내주지 않으니 이대로는 영영 출간이 안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제본을 해서 팔아보자는 생각을 했다.


이 때도 이미지 협찬이 해결이 되지 않은 상황이라 거의 글밖에 없는 스타일북이었는데 무슨 근자감이었는지 이렇게 묻힐 수는 없다는 생각에 자비를 들여 (제본된) 책 만들기에 돌입했다. 게다 그나마 있는 이미지마저도 컬러가 들어갈 경우 1.5배가 뛰는 인쇄비 때문에 줄이고 줄여서 이건 꼭 컬러로 출력해야돼 하는 이미지만 컬러로 출력해야 했고 그러다보니 내용적인 퀄리티는 어마무시하게 떨어졌다.


이 저렴한 퀄리티를 더 떨어뜨리는 무식 용감한 애티튜드가 하나 더 있었으니 보통 책은 ‘인 디자인’ 등 전문 편집 프로그램을 사용해 글자 간격, 문단 간격, 페이지 구성 등을 편집한다. 하지만 내가 할 줄 아는 거라곤 워드 뿐. 가독성 제로율에 도전!


워드로 작성한 글과 이미지를
그대로 출력했다.


그렇게 순수한(?) 작업물이었음에도 제본한 책이 집에 왔을 때의 감격은 (지금에서야 비교할 수 있지만) 첫 책을 받아보았을 때와의 감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손에 쥐어지는 그 감촉. 나인지 알아보는 사람은 없지만 책의 표지를 이루고 있는 사진과 카피.      


 

블로그 이웃과 지인들 그리고 친구들에게 당장 판매를 시작했고 50권의 제본비가 만만치 않았기에 택배비 포함하여 15,000원이라는 거금이 (제본된) 책 값으로 정해졌다. 어디서 본 건 많아가지고 3명의 리뷰어를 모집해 리뷰어들에겐 무료로 책을 보내주었다.


아마 의리로 구매한 사람들이 더 많았겠지만 친구들과 지인들은 고맙게도 15,000원의 금액을 지불하고 책을 사주었다. 원고를 제본하는 것은 책 출간과는 완전히 다른 일이다. 하지만 책과 같은 감촉과 컴퓨터 속의 글자가 아닌 종이에 인쇄된 글자를 읽는 것만으로 실제 책 같은 느낌을 주었다. 그래서 그런지


진짜 ‘책’을 기대했던 몇몇 분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리뷰를 받기 전에는 나를 객관적으로 보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실제 제본한 책을 읽은 분들의 악평에 가까운 리뷰를 읽고 나니 독자들의 생각과 내 생각과의 괴리감이 얼마나 큰지 알게 되었다. 기억에 남는 비판적 리뷰를 몇 가지 적어보자면 일단 편집 & 구성은 말할 것도 없고, 이미지가 없어서 이해하기가 어렵다는 평가도 있었고 ‘인문학적 시선’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제본을 할 당시에는 내가 만들어온 결과물을 ‘실체’화 한다는 사실에 마냥 들뜨기만 했었다. 제본을 하고 나니 그런 들뜸에 찬물을 확 끼얹은 듯 진짜 알아야 할 ‘실체’가 무엇인지 정확히 보이기 시작했다.     


 초보 저자의 한 줄 생각


책 출간의 기회가 마땅치 않을 때 그 지지부진한 상황을 견디는 나만의 방법을 찾자. 목 마른 자가 우물을 파듯이 이 얼토당토 않은 시도가 나에게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 줄줄 이 때는 몰랐다.


* 이 매거진의 글은 2013년 출간한 ‘스타일, 인문학을 입다’란 책의 3년간의 출간 과정을 담은 에세이(2015년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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