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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연 Aug 24. 2018

수영장 사우나에서의 고뇌 & 일화

좋은 어른 지수를 +5점 획득하였습니다.

난 운동하고 탕에서 멍 때리는 걸 좋아한다.


운동 1시간하고 탕샤워(탕에서 멍때리기+샤워)1시간쯤 하면 딱 좋다.



내가 운동을 가는 시간은 할머니+아줌마 들과 초딩 어린이들이 대거 교차하는 시간인데 그래서 나는 그들을 관찰하게 된다.



탕에 멍 때리고 있으면 머리끈 풀어달라고 하는 어린이도 있다.


‘머리끈 좀 풀어주세요’ 얇은 고무줄 3개로 겹겹이도 묶어놨다. ㅡㅡㅋㅋㅋ



오늘도 탕 안에서 관찰 중이었는데


어린이들은 종종 수영복 입는 걸 어려워하기도 한다.


처음 하는 것들은 다 어렵고 서툴듯이


이 수영복이란 것이


은근히 입는 것이 까다로운 것이지.


내 몸의 1/3쪼가리 정도 되고 구멍은 4군데인데


다리 먼저 끼워서 가슴까지 수영복을 ‘끌어 올리’지 않으면 결코 입을 수 없다.



오늘도 한 2학년쯤으로 보이는 여자애가 수영복과 씨름 중이었는데


그 어린이의 수영복은 어깨끈이 얇아 끌어 올리기 만만치 않은 디자인이더라.



수영복에 다리를 집어넣고 입었다.


이제 돌돌말린 수영복 사이에서 어깨 끈을 찾아 끌어올릴 차례다.



어깨끈을 찾을 수 없다.


무작정 수영복을 끌어올려 보지만


수영복은 결코 입어지지가 않는다.



이쯤되면 나의 고뇌가 시작된다.



‘도와줄 것인가, 말 것인가’



다른 어린이는 샴푸 뚜껑 여는 것도 몇 번 도와줬는데



이런 경우 어린이가 느낄 수 있는 작은 성취의 기회를 내가 뺏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참 쓸데없이 하게 된다.



어차피 지금 도와줘도 결국 수영복은 혼자서 입어야 한다.


입는 법을 도와줄 수도 있지만 혼자 터득하는 것이 좋긴하지.



그래서 지켜봤다.


벗었다가 다시 입는다.


이번엔 성공하기를.


여전히 수영복은 접혀 있고 어깨끈은 찾을 수 없지만


어린이는 포기하지 않는다.


결국 수영복을 입는데 성공한다.


짝짝짝! 축하해주고 싶지만 아직 수영모가 남았다. ㅡㅡㅋㅋㅋ



머리가 양갈래다.


수영모에 머리카락 넣기 고난이도 레벨이다.


또 지켜봤다. 수영복을 생각했을 때 더 어려울 거라 생각했는데 양갈래 머리를 아주 야무지게 넣었다. 그뤠잇!


이제 수경 쓰고 수영장에 들어가면 된다.



근데 어쩐지 힘이 하나도 없다.


어깨는 축 쳐져있고 고개는 오른쪽으로 30도 기울어진 채 터덜터덜 들어가더라.


엄마가 수영장 억지로 보냈나 ㅡㅡ 하는 생각이 들 때쯤 그 어린이가 사우나로 다시 들어오는 게 아닌가.



얼굴을 감싸고 쪼그려 앉았다가 일어난다.


울먹거리기 일보 직전.


훗. 내가 나서야 할 때인가.



나 ‘무슨 일 있어?’


어린이 ‘다 나만 보는 것 같아요’



시작 타이밍을 놓쳤기 때문이다.



나 ‘아~ 주목받는 게 싫어?’


어린이 ‘네’



나 ‘오늘 하루 수영 하지 말까?’


어린이 ‘(고개를 도리도리하며) 엄마가 수영 하랬는데’



수영하지 말까는 말하고 나니 좋은 해결책이 아니었다.



음... 그럼 우짜쓰까.



나 지금 naked인데 ㅡㅡ 살금살금 수영장 입구 쪽으로 가봤다.



수영을 하다 가끔 물 위로 나오는 ‘혼잡한?’시간이 있는데 딱 그 타이밍이었다.



그래서 어린이한테 지금 괜찮다고 


이리와서 보고 들어가라고 손짓했다.



어린이는 와서 고개를 빼꼼 내서 보더니


‘야 너 왜 안와? 얼른 들어와!’라고 


수영장 선생님이 소리?쳐서 주목은 받았지만 자연?스럽게 들어갔다.



‘다 나만 쳐다보는 것 같아요’



암암. 그럴 때가 있지.


아요 귀여워.



뭔가 좋은 어른 지수를 +5 획득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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