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보호 센터>
내가 이 단어를 검색창에 치게 될 줄이야. 선의의 오지랖을 부릴 때는 두 가지를 늘 고민하게 된다. 이게 과연 선의인가? 오지랖은 어디까지 부려야 하는가? 스스로에 대한 자유를 중요하게 여기는 만큼 타인의 삶에 끼어들려고 하지 않는다. 그렇게 못 본 척, 안 본 척 해온 것이 작년 겨울부터니까 거의 4개월이 다 되간다. 모니터 화면을 빠르게 훑었다. 코천이는 이 사람이 잘 가다가 왜 멈춰서서 자신의 산책 활동에 지장을 주나 '낑낑거리면서' 불편한 심기를 거침없이 드러냈다. 다행히 2-3번의 클릭으로 성남시에 동물보호과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전화를 걸었고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오늘은 시간이 나질 않으니 다음 날 들러보겠다고 했다. 그러라고 했다.
<다음 날>
오전 10시 반. 코천이를 데리고 산책을 나섰다. 어제 가르쳐준 주소 근처에 '성남시 로고'가 박힌 화일을 든 여성이 서성거린다. 공교롭게도 산책 시간과 민원? 처리 시간이 겹친 것이다. 나는 최대한 모르는 척 지나갔다. 궁금해서 근처에서 서성거릴까 생각도 해봤지만 익명의 민원인으로서의 위치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게 껄끄러워 뒤를 힐끔힐끔 쳐다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자초지종>
부모님이 사는 아파트 단지 근처에 빌라단지가 있다. 산 아래에 빌라와 개인 주택이 밀집해 있는 곳인데 그 중의 한 빌라 밖에 개가 산다. 정확히는 빌라 1층 베란다 아래의 음습?(나의 시각)한 공간 + 바깥 1m 공간에 마련된 철창에 산다. 아파트나 빌라는 1층의 베란다 공간 때문인지 설계상의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건물 안쪽으로 파인 공간이 있다. 약 1m X 2m x 50cm(가로x세로x높이) 정도 된다. 그곳에 철창을 세워 개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그 공간(에 있는 개)을 처음 봤을 때 '내가 개라면 정말 싫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게 다였다. 남이 키우는 개한테 내가 뭘 어쩌겠는가? 측은지심을 느끼는 것 뿐 그리고 그 주인이 그렇게 이상?한 사람은 아닐 거라는,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 뿐.
참, 그 강아지는 하얀색 진돗개처럼 생긴 개다. 꼬리가 짧은 걸로 봐서는 동경견이라고 추측이 되는데. 여튼. 개가 밖에서 키워진다고 내가 그 개가 불행할 거라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산책시킨다면 그것만으로 행복할 수도 있고, 또 많은 개들이 밖에서 키워지기도 하니 춥거나, 덥거나, 미세먼지가 많거나, 눈이 오거나, 비가 오거나 그 강아지가 거기서 그렇게 사는 것에 대해서 내가 왜 신경쓰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마음이 조금 아픈 거 말고는 어찌할 도리가 없는 거다.
그러다 겨울쯤 개의 머리(정수리)에 빨간 부분이 있어서 다쳤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이 치료를 해주겠지 하고 거기를 지나갈 때마다 보고, 또 보고, 또 보고 했는데 빨간 딱지가 없어지질 않는거다. 하얀색 털로 인해 빨간색이 더 돋보였는데 '피'일 거라고 단정하는 것이 또 지나친 생각이 아닐까 하여 '오지랖부리지 말자' 했다. 그렇게 1개월이 지나고, 2개월이 지나고 개의 밥그릇에는 왜 밥 대신 얼음이 얼어 있는 것인지, 개가 밥을 너무 잘 먹어서인지 밥 그릇에 밥이 있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겨울이 지나 봄이 되었는데 개의 정수리는 여전히 빨갰다. 아니, 빨간 부분은 더 커졌다.
내가 신고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지점이다. 저게 만약 상처라면, 주인이 있다면 왜 상처가 아물지 않는 걸까? 개가 사는 곳의 1층 집은 샷시 공사 중이었는데 대체 주인은 뭐하는 걸까? 강아지 학대를 신고해야 한다면 어디부터 학대인 걸까? 눈에 보이는 확연한 학대가 아닌 상처를 방치하는 건 학대일까?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동물 보호 센터'를 검색했고 성남시 동물보호과에 신고를 한 것이다. 난 개의 눈빛을 읽을 수 없다. 내가 그 공간이 싫다고 해서 멋대로 견주를 판단해서도 안 된다. 하지만 이거 하나는 명확했다. 개의 머리에 상처가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상처가 날이 갈 수록 커진다는 것.
<민원 처리 결과>
다음날 개의 상태를 확인한 담당자한테 전화가 걸려왔다.
나: 여보세요?
담당 공무원: 민원 전화주신 분이죠?
나: 네
담당 공무원: 그 주소지에 갔었는데 주인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무슨 사정인지 개는 경비 아저씨가 관리 중이래요.
나: 네~ 상처는요?
담당 공무원: 그게 상처가 아니라고 하던데요?
나: 상처가 아니면 뭐래요?
담당 공무원: 음 그건 잘...................
성남시청은 야탑역과 모란역 사이, 분당의 한 쪽 끝이라면 우리집은 그 반대편이다. 차를 몰고 먼 거리를 와서 한 민원처리가 고작 저 정도라면 담당 공무원한테 화를 내도 될 뻔했지만 일단 알겠다고 전화를 끊었다. 동물보호과에서는 대체 무슨 일을 하냐고 묻고 싶었다. 경비 아저씨한테 저렇게 물어볼 거면 내가 물어보지 왜 당신한테 전화했겠냐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결국 알아낸 건 주인 대신 경비 아저씨가 대신 관리하고 있다는 거 하나(이 대목에서 그 개는 산책의 ㅅ자도 하지 못한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내가 원하는 건 저 개의 상처가 언제쯤 아물지였다. (내가 짐작컨대 개가 자주 엎드리는 어두운 곳 어딘가에 개의 머리에 부딪힐 만한 뭔가 뾰족한 것이 있지 않나 짐작해본다)
<2주가 지났다>
개의 상처는 여전히 크다. 아무래도 성남시 동물보호과에 다시 전화를 해야겠다. 이번에는 '민원 처리'가 아니라 '동물 보호과'에서 하는 일이 뭐냐고 물어볼 심산이다. 그리고 당신이 봤던 개의 상처가 더 커졌노라고. 글은 이렇게 써도 나는 아주 정중하게 이야기할 거다.
개의 상처는 그대론데 개가 지키는 집의 샷시는 새걸로 바뀌는 중이다. 나는 코천이를 산책시킬 때마다 흰둥이(그 개)한테 인사를 하러간다. 꼬리를 흔들면서 나를 반기는 흰둥이의 상태가 그 집의 샷시처럼 '고쳐졌기를, 하얘졌기를' 바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