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석 작가님의 글쓰기의 잔기술 수업 후기
세상은 넓고 글잘러는 많다.
'외로우면 사고친다'고 누가 그랬다. 외롭진 않았지만 헛헛하긴 했고, 사고치진 않았지만 자극이 필요하긴 했다. 그래서 ‘글쓰기 수업’을 신청했다. 최민석 작가님의 글쓰기의 잔기술. 작가님은 소설가지만 에세이 쓰기 수업이다. 안 그래도 에세이 쓰기에 관심이 있었는데 5주 과정으로 기간도 적당하고 수강료도 적당(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경향신문사의 배려로 수강료가 인하되었다고 한다)했다. 그래서 반은 허한 마음을 채우기 위해 반은 에세이를 잘 쓰고 싶다는 마음으로 수강료를 결제했다.
10명?, 20명? 몇 명쯤 참석할까 생각했던 수강생의 수는 예상을 완전 빗나가 무려 35명에 달했다. 최민석 작가님의 팬이 은근히 많다는 건 알았지만 에세이 쓰기 수업에 대한 열망을 가진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니! 수요일 7시에 시작하는 수업인데 20대부터 50대까지 남녀노소로 가득채워진 강의장에 드디어 작가님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 7년 전쯤(하도 오래전이라 가물가물) 합정역의 ‘시와 바람(작가님이 하고 있는 밴드)’의 작은 콘서트에서 봤을 때보다 조금 날씬해지셨고, 조금 세련되(그 때는 능력자의 띠지에 있는 그런 헤어 스타일에 가까웠던 것으로 기억됨)지셨더라. 그렇게 수업이 시작되었다.
수업의 커리큘럼은 정말 좋았다. 배움에 있어 중요한 건 이론과 실기의 적절한 배합이라고 생각하는데 오랜 강의의 노하우가 집약되어 그런지 커리큘럼은 매우 알찼다. 매주 에세이 쓰기 과제를 내주셨는데 수업 중 1시간은 4-5편의 잘 쓴 과제를 프린트물로 뽑아 같이 읽고 피드백해주셨으며, 나머지 1시간은 교재를 보면서 ‘잔기술’을 설명해주셨다. 수업 시간은 7시부터 9시까지 2시간이었는데 작가님은 7시 정각에 시작하고 9시 정각에 마치는 칼같은 노련함을 보여주셨다. 그럼에도 오랜 강의의 노하우가 집약된 교재라 그런지 수업 시간에 다루지 못한 글이 꽤 되었는데 이 부분은 5주 과정(원래 10주 과정의 수업을 8주로 줄였다가 5주로 줄인거라 하셨다)에 맞게 좀 더 얇게 수정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 주 4-5편의 과제를 프린트물로 뽑아 같이 읽어보고 피드백하는 시간이 제일 재미있었는데 한 번도 뽑히지 못했다. 수요일에 수업을 하고 과제 기한은 일요일 자정까지였는데 일상이 단조롭고 사람도 거의 안 만나는 집순이라 주제 찾기가 너무 어려웠다. 그렇다고 정말 사사로운 주제로 쓸 수도 없고(하지만 결국 과제는 사사로운 주제로 써서 냈다). 하지만 수업을 들으며 알았다. 사사로운 주제를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에세이 쓰기의 관건이라고. 사사로운 주제라 하더라도 그 글이 담고 있는 의미, 재미, 감동이 있고 시사하는 바가 있으며 독자로 하여금 생각해보게 한다면 괜찮은 글인데 그게 어려웠다. 매주 뽑힌 과제를 보면 부러우면서도 납득이 갔다. 왜 뽑혔는지 알겠으니 매 주 좌절모드였음은 말할 것도 없다. ‘글을 처음 써본다는 사람들이 이렇게 잘 써도 되는거냐!!’ 속으로 외쳤지만 과제 퀄리티가 이번 수업이 가장 좋다는 작가님의 말만이 귀에서 맴돌 뿐이었다.
그렇게 좌절과 부러움의 감정을 남기고 5주과정이 끝났다. 분당에만 있다가 매주 한 번 서울 땅을 밟는 것도 그렇고 오랜만에 무언가를 배우는 것도 좋았다. 그리고 내 글에 대한 피드백을 작가님께 받는 것도 좋았다. 마지막 수업 끝나고 뒤풀이를 했는데 2/3 인원이 참석했다. 많은 분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하지는 못했지만 맥주랑 치킨은 맛있었고 발가락은 시려웠다(플립플랍은 이제 그만 신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날도 춥고 갈 길이 멀어 먼저 일어났지만 집에 오면서 생각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에세이를 써봐야겠다!’ 글쓰기 수업에서 접한 수강생들의 글은 나에게 좌절과 부러움을 남겼지만 덩달아 더 잘 쓰고 싶다는 열망도 남겼다. 한 여름에 시작해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까지, 시간이 흘러서이기도 하지만 5주 동안의 글쓰기 수업으로 마음의 헛헛함이 많이 채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