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나에서(13) 뜻밖의 갤러리들

by 이문연

난 물이 잘 나오는 샤워기를 선호한다.


불행히도 사우나의 모든 샤워기들이

따뜻한 물이 콸콸콸~ 나오는 지경은 아니므로

수압이 센 샤워기를 찾아 고 자리에서만 씻기도 한다.


그런데 알아둔 샤워기의 수압이 약해질 때도 있으니

그럴 때는 또 다른 샤워기를 찾아 헤매?야 하는 것이다.


일단 내가 찜해둔 곳은 2군데.


한 곳은 냉탕 바로 앞의 샤워기로

냉탕과 수영장 입구로 통하는 공간의 샤워기이다.


어쩌다보니 수업이 끝날 타이밍과 겹쳐

새로운 수업에 들어갈 할머니들이 냉탕 앞에 주르륵 앉아계시게 되었는데

똑같은 모자(수영 수업은 각 라인별로 이름이 있다. 모자에는 그 수업명이 적혀 있다)를 쓰시고

아쿠아 신발(할머니들이 자칫 미끄러져 다칠 경우를 대비, 아쿠아 신발을 신으시더라. 나도 처음 봄)을 신고

서로의 수영복 매무새를 만져주며 수영장에 들어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분들의 방향이 내가 씻고 있는 샤워기 바로 앞이라

어쩔 수 없이 구경?당하는 그런 상황이었는데

뭐 그 분들이 나만 보고 있었겠냐마는 민망한 건 어쩔 수 없는 듯.


게다 젊은 사람이 오전 시간에는 잘 오지 않는터라.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의 샤워씬에서처럼

나를 보며 자신의 젊었던 시절을 회상하시는 것 같기도...<= 이건 내 생각.


이번을 계기로 오전 시간의 샤워는 타이밍을 절대적으로 잘 맞춰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니면 내가 좋아하는 수압의 샤워기를 포기하거나.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탈의실에서(7) 그녀들의 잇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