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01. 17. 토
시간이 지나고 하나의 관계가 끝날 때마다 나는 누가 떠나는 쪽이고 누가 남겨지는 쪽인지 생각합니다. 어떤 경우 나는 떠났고, 어떤 경우 남겨졌지만 정말 소중한 관계가 부서졌을 때는 누가 떠나고 누가 남겨지는 쪽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양쪽 모두 떠난 경우도 있었고, 양쪽 모두 남겨지는 경우도 있었으며, 떠남과 남겨짐의 경계가 불분명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어린시절 나는 또래에 비해 무척 외소하고 키가 아주 작았습니다. 친구, 선생님 모두 우뚝 솟아 있었고, 곁에서면 그늘이 졌습니다. 외롭고 아플때 그 그늘 아래에 있으면 묘한 안도감이 느껴 졌습니다.
내가 그늘이 되었을때, 혼자가 되었습니다. 내가 그늘이 되어줄 일도, 더이상은 그늘이 되어주는 이도 없는.
이제 나는 수백년은 되었을 높고 푸른 나무들 사이를 걷습니다. 압도적이고 고요한 풍경을 거닌다해서 내가 가진 고민이 해결 될 일은 없습니다. 그냥 그 모든 고민에 무심할 뿐인 자연에 감탄할 뿐입니다.
반복의 심연은 편안함이라고 합니다. 키작은 아이 일때 키큰 존재 아래 그늘에서 느꼇던 안도감은 상처와 눈물에 익숙해진 나의 외로움 이었을 까요.
누구에게도 의지할 줄 모르는 나는 알고 보면 무척 쓸쓸한 인간이라는 것을 살면서 불현듯 깨닫습니다. 뿐만 아니라 자기와 가까운 사람도 쓸쓸하게 만들어버리는.
혹시 각시 메뚜기에 대해서 아시나요?
이 곤충은 불완전탈바꿈 과정을 거쳐 어른벌레로 성장해요. 초록의 풀밭에서 관찰되고 동종에 비해 비교적 크고 머리에서 앞가슴등판을 지나 날개 끝까지 황색 줄이 있는 것이 많습네다. 눈 아래로 검은 무늬가 있는데, 그 모습이 꼭 눈물로 마스카라가 번진 사람의 슬픈 눈망울 같아요.
7~8월에는 애벌레만 관찰되며, 가을에 나타난 어른벌레가 겨울을 나고 이듬해 5월까지 활동합니다.
살면서 어떤 문제는 적당히 피하면서 사는 것도 지혜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외로움 곁에서 느껴지는 약간의 안도. 그런 것들이 나의 숨을 연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