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2025. 07. 16. 수

by 개미철학가

5년 이란 시간의 종지부를 찍은 것은 말도 아닌 차갑고 각진 텍스트 메시지 였어요.

“당신은 사랑스러운 사람이에요. 나보다 더 좋은 사람 만날 거에요. 우리 여기까지만 해요.”


어느 1월의 맑은 날이었어요. 웨딩홀의 일정을 예약하고, 신혼집을 알아보고 그 과정에서 일상적이라 해도 좋을 의견차이가 있었고, 돌아가는 길엔 부모님 드리라고 지역특산물인 과메기세트도 손에 들려 기차역까지 마중갔다 돌아오는 길이었어요. 그렇게 모든 것이 끊어졌어요.


나는 감정이 메마른 줄 알았는데, 절제없는 눈물이 한참을 쏟아져 나왔어요.


비가 왔거나 흐린 날이었다면 이별을 받아들이는 것이 조금은 수월했을까요. ‘사랑스러운’ 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문장인가 하고 그 메시지를 읽고 또 읽어요. 익숙했던 것들이 한 순간에 낯설어지는 그 당황스러움이란.


가끔 길을 걷다보면 진입금지 표시가 보여요. 뒤로 돌아가야 좋을지 눈감고 앞으로 걸어야 할지. 아무도 없는 그 새벽에 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해서 진입금지 표시를 앞에다 두고 한참를 서있어요.


처음에는 이유를 찾으려 했던 것 같아요. 내가 뭘 잘못했나. 상대가 변한 건가. 어쩌다 이렇게까지 된 걸까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런 의문은 무뎌져요. 끝난 관계를 다시 들쳐보는 일은 시간을 거스르는 일이라서 결국은 더 큰 상처로 돌아오기도 하니까요. 그냥 시간이 다한거라고 생각하면 조금은 편해져요. 서로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머물다 가는 거라고 믿으면 남는 마음도 덜 복잡해져요.


가끔 그런 생각이 들어요. 인연에는 각자 정해진 시간이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아무리 노력해도 붙잡을 수 없는 시간이 있고, 아무리 멀어지려 해도 끝내 스쳐야하는 시간이 있어서 결국 그 시간이 다 하면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멀어지고 서로가 서로를 놓게되는 건 아닐까 생각해요. 딱히 싸운 것도 아니고 서운한 일도 없었는데, 이상하게 대화가 줄어들고 만남이 끊기는 일. 그 사람의 소식을 주변을 통해 듣게 되어도 아쉽지만 덤덤하기도 해서 더 이상 붙잡지 않게 되는 일.


나는 그렇게 오늘을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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