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07. 30. 수
[우주 앞에서 우리의 생명, 인생, 문명, 역사는 그저 보잘것 없는 존재일 뿐이다. _ 칼리세이건_ 코스모스]
책은 뭐랄까. 기억에 남는 것이 아니라 몸에 남는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아니면 기억너머의 기억에 남는 건지도.
기억나지 않는 문장이 어떤 이야기의 선택 앞에 선 나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는 생각을 해요. 제가 하는 모든 선택의 근거엔 제가 읽은 책이, 글이 있어요. 그러니 기억에 너무 집착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문장을 마주 했을 때, ‘낯설다’ 보다는 어느 책에서 봤던, 그리고 살면서 한번쯤은 고민해 봤음직한 내용이라 반가웠어요. 무엇이 되기위해, 결과를 내기위해 지친 마음에 ‘쉼표’ 하나를 찍은 느낌.
내가 ‘별거 아닌 존재구나’ 보다는 그렇게까지 무엇이 되기위해 아둥바둥 살기보다 별일 아니니 때로는 그냥 흐름에 나를 맡겨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할까요.
그리고 다음은 지난 시간들을 회상해보게 됐어요. 얼마전 그녀가 7~8년 전 오래된 사진 두장을 보내줬던 일이 떠올랐어요. 사진 속의 그 보잘 것 없는 작은 시간에 저는 짧은 머리에 어리숙하고 뭔가 어색해 보였어요. 떠올려보면 기억은 내가 당시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아닌 다른 부차적인 것들을 남겨뒀어요.
그때 나눴던 사소한 대화들, 소소한 소품들, 그 별것아닌 기억들이 기록으로 남으면 특별해지기도 하나봐요.
사전에 ‘기록’은 _지식을 적음_이라 정의되어 있어요. 하지만 나의 기록은 삶을 적음에 더 가까워요. 삶은 사실과 같은 맥락에 있으면서도 완전히 달라요.
‘사실’은 다른 방식으로 충분히 기능할 수 있지만, ‘삶’은 경험을 배제하고서는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