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03. 06. 금
상실. 이별. 작별. 종결.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 아무것도 영원히 가질 수 없다는 것. 사라진다는 건 참 놀라운 일입니다.
잠시 앉아 누군가의 뒷모습에 시선을 둡니다. 일정한 방향성을 갖는 피사체는 점점 멀어지고 나는 이곳에 머뭅니다. 아마 그 반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움직이는 피사체의 시선에서 보면 내가 멀어지고 있는지도. 나는 멈춰있다 생각하지만 지구는 계속 돌고 있으니 가만히 있다는 말은 어쩌면 상당히 모순되는 말입니다.
거리에 설치된 벤치에 앉아 책장을 넘깁니다. 책은 이전 페이지에서 다음페이지로의 연속적인 흐름으로 구성됩니다. 책은 서두와 결론이 있지만 그것을 읽는 독자에 따라 그 흐름은 선형적일수도 비선형적일 수도 있습니다.
앞쪽의 문장 하나가 뒤쪽의 문장을 특별한 ‘무언가’로 만들기도 합니다. 또는 글과 글 사이에 놓인 문장에 독자의 시선이 깊어지다보면 그가 겪어낸, 혹은 겪어야할 어떤 허공이 다음 문장에 공백을 만들기도 합니다.
삶에 대해 쓰면 쓸수록 삶은 저만치 멀어집니다.
글이 쓰여지지 않을 때에는 책를 읽거나 세계에 대해 말을 해보려 합니다. 발버둥 칠수록 깊어지는 늪처럼 버둥대기만 하다 나는 내 속으로 침잠하여 세계를 보기는 커녕 스스로의 벽만 더 세우는 꼴이 됩니다.
충분히 많은 시간 동안 충분히 많은 글자와 충분히 많은 목소리가 주어진다면 조금은 달라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