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2026. 03. 03. 화

by 개미철학가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동안 습관처럼 조용히 내 시야에 닿는 사람, 사물들의 세부적인 면면을 관찰합니다. 내 앞에 앉은 소녀의 원피스를 오랜시간 공들여 들여다 봅니다.


옷감, 색상.. 원피스를 짓기 위해 투입된 노동. 그리고 가슴 팍에 공들여 수놓은 자수를 놓느라 들인 정성 같은 눈으로만 볼 수 없는 그 너머의 것들을 들여다 봅니다. 공장의 작업실의 기계들, 재봉사들, 내부로 파고 들어가 그곳의 사무실 풍경까지 들여다 봅니다.


그들이 공장에서 보내는 사회적 삶을 넘어, 그들의 가정생활까지 눈 앞에 나타납니다.


사회의 삶 전체를 내 눈 앞에 그려냅니다.


그것을 넘어서, 내 앞자리에 앉은 소녀의 유한한 인간의 목 둘레에 짙고 푸른 비단실이 진부함의 무늬를 복잡하게 짜 넣을 수 있도록, 그것을 위해서 일을 했던 모든 이들의 시간을. 그들의 비밀을. 그들의 영혼까지도 감지해 봅니다.


현기증이 납니다.

또 경계를 넘어버렸습니다. 지친 몸으로 나는 지하철에서 내렸습니다. 나는 방금 인생 전체를 모두 살아버린 듯 합니다.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쉬어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