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2025. 08. 27. 수

by 개미철학가

아마 내가 오롯히 혼자서 견디기 위해 보낸 단절의 시간동안 나를 위해 써준 당신의 마음이 이제서야 터져나온 거겠죠.

아마 당신의 언어의 온도는 따스했을 것 같아요.

제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침묵했던 까닭은 당신의 위로라는 한 말들이 아직은 나를 조금 아프게, 외롭게, 불안하게 하여 내 마음의 온도가 차가워졌기 때문이에요.

결국 당신의 따뜻한 마음에 상처받은 것은 아직은 조금 삐뚤어져 있는 제 마음의 결함 때문일 거에요.

저는 사실 오롯히 혼자서 견디며 부러지지 않을 정도로 유연해요.


혼자가 어때서요. 혼자가 평화롭지 않다고 누가 그래요. 사람은 혼자인데 두려움 때문에 그걸 잊어요.

우긴다고 어쩔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인정하고 나면 별것도 아닌 걸.

혼자가 아니면 어떻게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겠어요.


속상함이나 외로움이나 그리움 같은 깊은 감정에 대하여 암묵적인 사과를 하고 있을 당신에게.

당신이 위로라는 것들이 죄다 위로같지 않게만 느껴지는 당신에게.

나는 밖으로 나와야만 하는 모든 고름 같은 감정에 대해 욱여넣기만 했어요.

그것들이 안에서 썩어난다고 해도 소화하지 못해 밤마다 가슴을 움켜쥐고 아파해야만 했어요.

나는 그것들을 밤새워 식은땀으로 배출할 수 밖에 없었네요.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것처럼. 이곳저곳 자취를 남겨놓고 나만큼이나 방황하고 있을 당신에게.

누군가 나를 읽어 찾아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저는 글을 써요.

사실 저는 지금 혼자가 아프지만은 않아요.


언젠가는 저처럼 아픈시간을 보낼지도 모를 당신에게.

오래 만나세요. 그 긴시간 동안 셀 수 없고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최고의 기억을 담으세요.

중요한 건 사랑한 만큼의 여운일테니. 그 여운으로 힘이 드는 건 아무 것도 아닐테니.


편지를 부치고는 한동안 또 저는 홀로 떠날 예정입니다. 내가 쓴 편지, 좌절한 손목으로 맴돌 무채색의 삶을 적어보냅니다.

종착역이 없는 단어. 완벽하지 못한 문장과, 자국으로 채워진 마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