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는 따뜻하고 달달한 라떼. 생선구이를 먹었을 때는 아주 연한 아메리카노. 디저트는 스콘보다는 촉촉한 시폰 케이크. 양고기는 네버. 돼지고기보다는 소고기나 닭고기. 더위도 많이 타시고 추위도 많이 타신다. 어딜 가나 카디건은필수.
솔직히 엄마 취향에 대해서 나만큼 빠삭한 사람 없을 거다. 어떤 부분에서는 아빠보다 훨씬 더.
엄마와의 여행이 쌓일수록 엄마는 '절대적인 어머니'에서 '소울메이트 친구'에 가까워졌다. 깊은 밤 내내 할 말 못 할 말, 이 얘기 저 얘기를 하면서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 하지만 어쨌거나 엄마는 엄마고, 나는 딸자식. 취향에서든 체력에서든 지위에서든 문제가 없는 건 아니었다. 세상 다정했다가도 한순간에 짜증이 확 솟구친다. 그렇게 서로 참고 배려하는 것을 반복하면서 스트레스가 쌓였다가 풀리곤 했다. 어렸을 때보다 더 돈독해진 것에 대해서는 한치의 의심도 없지만때로는 아무리 대화를 해도 모자라다는 것을 느낀다.
한참 친구 Ann과 '모녀 여행'시기가 겹쳤었다. 같은 엄마랑 여행 간 거 아닐까 싶을 정도로 딸들만의 공감되는 후기가 넘쳐났다. 대화의 대부분은 우리만큼 엄마 잘 모시는 딸 없을 거야라는 자부심에 기초되는 이야기였다.
Ann은 시간 확인하랴 차 번호 확인하랴 정신이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도 타들어가는 마음을 감춘 채 꽃나무와 함께 어머니인생 샷을 찍어드렸다. 그리고 이동 시간에 심심하실까 봐 권해드렸던 일기장에 어머니는 이렇게 쓰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