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부모님이 친구분들과 함께 부부동반 모임으로 몽골 여행을 가셨다. 그런데 4박 5일 정도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두 분은 차마 즐거운 여행을 보냈다고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아빠는 입술에 물집이 잡혀부르텄고 엄마는 얼굴이 반쪽이 되었다.
걸쭉한 국물에 잠긴 양고기를 드시지 못해 두 분 다 내내 굶다시피 하셨단다.그리고 한국에 돌아와서 앓아누우셨다.
엄마랑 단 둘이 여행을 갔던 그 지역의 특식은 양고기 볶음이었다. 이리저리 후기를 찾아보니 굉장히 연해 양고기인 줄도 모르고 먹는다 했다. 무슨 고기인지 모르고 맛있게 먹었는데 알고 보니 양고기여서 놀라웠다는 후기가 많았다.
엄마한테 미리 말하면 당연히 안 먹겠다 하시겠지? 일단 시키고 보자.
"엄마, 이거 이 고기 요리가 이 지역에서 제일 유명한 음식이래!"
"무슨 고긴데?"
"나도 몰라. 그냥 우리나라 불고기 같은 거래."
"무슨 고기인지 물어봐바."
"아니야. 제일 유명하다니까 그냥 먹어보자~"
난 소불고기인지 돼지불고기인지 밝히지 않고 그저 불고기라고 말한 셈이었다. 엄마가 '괜찮은데?'
라고 말하면 '진짜? 이거 사실 양고기야. 먹어보니 생각보다 괜찮지?' 라며 밝힐 생각이었다.
후기를 믿고 내심 두근두근 기대하며 먼저 드시길 권했는데 내 생각보다 엄마의 후각과 혀는 더 예민했다. 아주 조그마한 고기 조각이 입 안에 들어가자마자 '이거 양고기지!' 하고 차마 씹지도 못하시는 것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엄마는 낯선 고기 향에 속이 다 뒤집어져 다른 음식도 못 드시고 끼니 자체를 거르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