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코브는 '타이타닉 마지막 기항지'라는 정보 하나만 듣고 목적지로 결정한 남쪽의 아주 작은 항구 마을이다.
19세기 아일랜드를 덮친 대기근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이민을 가게 만들었고 그중 약 250만 명이 코브 항구에서 고향 땅에 작별을 고했다.
타이타닉 마지막 정박지의 흔적
아주 어릴 적 인천 공항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고 공항이란 장소 자체에 낭만을 가진 적이 있다.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나는 사람들의 설렘, 기분 좋은 긴장감. 그리고 무사히 돌아온 사람을 향한 반가움과 안도. 공항은 온갖 긍정적인 감정으로 뒤덮인 또 하나의 세계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당시의 코브 항구는 불안과 희망이 마구 뒤섞인 '비장함' 그 자체였나 보다. 많은 사람들이 돌아올 기약 없이 억지로 편도 티켓을 끊었던 곳.
나 역시 약간은 긴장한 상태로 비극적인 역사를 맞이할 각오를 하고 좁은 골목골목을 지나 타이타닉 박물관으로 향했다. 그만큼 가볍게 다가가기 힘든 공간이었다.
박물관 앞은 도로 공사가 한창이라 차가 들어갈 수 없고 주차장은 따로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차량을 통제하고 있는 직원에게 어디에 주차가 가능한지 물었는데, 돌아오는 명랑한 목소리.
"당신이 주차 하는 곳이 주차장이지 뭘!"
한순간에 차 안에 가득 싣고 오던 무게감이 사라졌다. 살아가는 사람의 생기에 전염되어 같이 웃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