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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쎄미 Jun 23. 2020

슬란차! 건배, 그리고 짠!

아일랜드 스미스 윅 맥주 양조장에 들렀다.

겨울 비수기라 사람이 없는 데다 아침부터 비까지 쏟아졌다. 이런 날 사람이 있을 리가. 약 한 시간 정도 진행되는 가이드 투어를 마치고 양조장 투어의 꽃인 맥주 시음이 진행되는 박물관 내부 펍엔 가이드와 나 둘 뿐이었다.


킬케니의 스미스윅 맥주 양조장


덕분에 가이드와 이 얘기 저 얘기를 길게 나눌 수 있었는데 우리 엄마 나이 정도 되는 중년의 가이드는 그 짧은 순간에도 나를 참 예뻐해 주었다. 이 도시는 어떤지, 호텔은 어떤지, 운전은 괜찮은지, 밥은 먹었는지, 비 맞아서 춥진 않은지 꼼꼼하게 내 컨디션에 대해 물어봐주었다. 친절한 사람에게 약한 나는 그녀 덕분에 순식간에 이 도시 전체가 좋아져 버렸다.


시음할 맥주를 고르자 '슬란차!'라는 건배 어를 알려주어 나도 한국에서는 '건배!'라고 한다고 알려주었다. 그리고 좀 더 캐주얼하게 친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그냥 컵을 부딪히는 소리를 흉내 내어 '짠!'이라고 한다고 했다. 그 '짠!' 소리가 맘에 들었는지 깔깔 웃으며 여러 번 따라 해 보더니 가이드이기 때문에 술을 마실 수 없는데도 빈 잔을 가져와 함께 '짠!'하고 건배를 해주었다. '앗, 잠깐만 근데 우리 짠! 할 수 있는 사이가 맞는 거지?'라고 묻길래 '당연하지! 같이 짠! 해줘서 고마워.'라고 답했다.


뭘 먹느냐보다 누구와 먹느냐가 중요하다는 말은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해당될 수 있었다.


밖에는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사람은 아무도 없고 건물 내부의 공기는 습하고 써늘했다. 하지만 넓은 홀을 가득 채우는 오래된 포크 송 유난히 경쾌 자꾸 신이 났다.  

슬란차! 건배, 그리고 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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