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습관처럼 틀어놓던 라디오 채널에서 사랑에 관련된 사연을 소개하는 코너가 있었다. 특히 여행 중에 이루어진 사랑 이야기가 많았는데 참 신기한 게 가족들이랑 패키지로 가도 사랑을 만나고 혼자 가도 사랑을 만나고 길을 묻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차를 타다가도 사랑을 만났다.
실제로 아는 과장님은 혼자 여행을 떠났다 만난 사람과 일주일 만에 결혼을 약속했다. 어떤 차장님도 혼자 떠난 필리핀에서 평생의 반려자를 만났다. 우스갯소리로 "혼자 가야 만나지!"라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드디어 혼자 여행을 떠나게 되었을 때조카의 새로운 사랑을 응원하는 고모는 내게 이런 조언을 해주셨다.
"옆자리에 멋진 남자가 앉아서 맥주를 한잔 사겠다고 하면 무조건 거절하지는 말아봐!"
실제로 가보면 이런 허허벌판에서 어떻게 젊은 남녀가 타이밍 좋게 만나는지 당최 이해할 수 없는 곳입니다.
애초에 로맨스를 꿈꾸고 떠났던 여행은 아니었지만 여행지에 차차 적응이 되자 순박한 시골 청년과 친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정도는 살짝 기대하게 되었다.
하지만 어느 나라나 시골은 고령화가 문제라더니 아일랜드 역시 그렇다. 내가 주로 돌아다녔던 시골 마을의 펍은 대체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하루 일과를 마치고 시원한 맥주 한잔을 위해 들르는 곳이었다. 그러니 시끌벅적한 분위기도 아니고 로맨스가 꽃필 분위기는 더더욱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활기가 가득해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에는 그만한 곳이 없었다.
난 항상 아일랜드 대표 맥주인 기네스를 한잔 마시고 나서 그다음 술은 직원에게 추천해달라고 했는데 그럼 조그마한 잔에 2, 3 종류의 술을 시음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리고 내가 뭘 고르던 쏟아지던 유쾌한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