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쎄미 Jul 15. 2020

잠을 잘 잔다는 것은 축복이다

아일랜드로 떠나기 전 한국에서는 한동안 잠을 잘 못 잤다. 거의 몇 달 동안 어렴풋이 선잠만 들듯 말 듯하다 해가 떠버리곤 했다. 컨디션이 좋았을 리 없다.


아일랜드에 온 첫날 정말 오랜만에 기절하듯 쓰러져 단잠을 잤다. 긴 비행시간으로 인해 누적된 피로 효과인 줄 알았는데 단순히 '떠나왔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약 3주간의 아일랜드 여행 내내 잠을 아주 잘 잤다.   


하루 종일 끊임없이 움직였는데 오히려 여유가 가득한 시간들이었다. 기쁜 마음으로 발을 혹사시키고 숙소에 들어오면 항상 신발을 벗어던지고 슬리퍼도 신지 않은 채 맨발로 차가운 방바닥 위를 걸어 다니며 열을 식혔다. 그리고 또다시 꿈도 없는 잠에 빠져들었다가 정확히 5, 6시간 후에 저절로 깨어났다. (정말이지 여행 내내 꿈을 꿔본 기억이 없다) 눈을 비비적거리며 힘겹게 몸을 비틀고 다시 잘까 말까 고민하는 비몽사몽의 상태가 아니라 그야말로 눈이 반짝! 하고 상쾌하게 떠진다. 그렇게 매일 설레는 마음으로 날이 밝아지길 기다렸다.


분명 다음 날까지 피로가 안 풀려 끙끙대던 여행도 많았는데 이때는 회복 어찌나 빠르던지. 아무리 육체적으로 고생했던 날도 하룻밤 후면 완벽한 몸 상태가 되었다.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말이 아니다. 아침이 그렇게 힘차고 즐거웠던 적은 너무 오랜만이라 조금은 슬프고 무섭고 낯설기까지 했다.


이 단순하고 신선한 깨달음에 대해 그 당시 여행 일기장에 이렇게 적어 놓았다.


<잠을 잘 잔다는 것은 축복이다.>


새벽 산책길에 만난 일출


매거진의 이전글 어떻게 맥주를 안 팔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