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쇠
마스터키는 아니어도 상황마다 맞는 해금 도구들이 있다.
압축파일, 금고, 현관문, 계정 등이 있는데 잠겨 있다. 비밀번호를 알면 몇 초안에 풀 수 있지만 풀 수 있는 것들이 주어지지 않은 상태라면, 개인의 힘으로 평생 걸려도 못 풀 수 있다.
지방에서 서울까지 올라와 그림을 배우는 학생이 있었다. 생계유지를 위해 알바를 구했어야 했지만, 알바자리가 없었다. 그래서 그림으로 생계유지하는 방법을 알려줬다. 소소하지만 특정 그림체를 원데이 클래스처럼 속성으로 익힌 학생은 약간의 수입을 얻게 되었다.
하지만 학생은 조급해했다. 알려주면서 시범으로 보여준 그림과 자신이 단기간에 익힌 그림은 완성도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시범 결과물이 어느 정도 기간을 거쳐야 만들어지는지 궁금해하며, 제대로 익힌 것 같지 않다고 불안해했다. 배움의 초입기에서 누구나 겪는 불안감이다. 하지만 내가 그림체를 만들기까지 대략 7년이 걸렸고, 학생에게 그 시스템을 알려준 것은 3시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다.
시스템은 정보의 뼈대다.
비밀번호와 똑같다. 우리가 배우고 있는 것은 익혀놨을 때, 엄청나고 특별한 비법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알고 보니 생각보다 간단하고 별것 아닌 듯한 느낌이 들 때가 많다. 하지만 혼자 백지에서 그 정보를 만들려면 기약 없는 시간이 걸린다. 종류에 따라서는 평생 걸려서 못 만들 정보들도 있다. 그런데 막상 그것을 전달받았을 때 열쇠처럼 딱 맞게 들어가니 너무 쉽고 간단해 보인다.
이 부분을 절대 간과해서 안 되는 이유는, 너무 쉽게 얻은 것은 쉽게 잊히기도 하기 때문이다. 중요하고 소중하다는 것을 계속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림을 그릴 때 필요한 수많은 정보 속에서, 간단하지만 내가 평생 모를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보자. 그렇게 정리하여 얻은 것들을 최대한 보관해야 한다.
익숙함은 일정 감각들을 마비시킨다.
평소 생활할 때 전자레인지, 냉장고, 휴대폰 등의 가전기기들은 항상 있으니 깊이 생각을 안 하게 된다. 개발된 역사나 원리, 만들어지는 과정 등이 크게 궁금하지 않고 사용하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진다. 그것들이 하나라도 없으면 대체할 수 있는 요소가 없어지고 불편하지만, 개인이 따로 만들기 힘들다.
그림을 배워가면서 들어오는 정보란 이런 느낌들과 비슷하다.
여러 시대를 거쳐 내려오며 개인의 연구 결과들이 녹여져 있는 정보들은, 단시간에 만들어 낼 수 없지만 막상 익혀보면 사용하는 것이 의외로 편하다.
편리성은 실용성이 극대화되어야 정립된다.
사용하기 편한 것들은 최적화가 이루어진 것이고, 최적화는 실험과 검증이 무수히 반복되어야 만들어진다. 이 과정을 고려하지 않으면, 생각보다 쉽고 편한 느낌에 정보의 가치를 읽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정보는 숙련되어야 진정한 가치를 느낄 수 있다. 숙련되려면 정보의 중요성을 느끼고, 적용된 반복 실습이 꼭 필요하다. 실습하기 위해 마음을 결정짓는 여정이 꽤 순탄치 않기 때문에, 좋은 정보들을 놓치고 소홀히 하게 되는 경우들이다.
같은 정보를 가졌을 때는 숙련도로 인해 다른 결과를 가진다.
정보에 대한 소중함을 느꼈다면 남은 과정은 실습이다. 행동은 작은 확신이 있어야 실행되기 때문에, 이 단계까지 왔다면 연구와 반복이 남았다. 같은 정보 안에서도 숙련도에 따라 더 나은 실용성을 발견해 낼 수 있다.
주어진 정보들을 소중하게 아끼며 발전시켜 나가자.
정보의 가치는 이해도에 따라 스스로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