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칭 밸런스

성장 기반

by 김앤트

균형 잡힌 성장을 거쳤다면 실력과 티칭 밸런스가 맞아야 한다.


잘하는 사람과 잘 알려주는 사람 따로 있다며, 티칭 능력을 약간 별개로 생각하는 경우들이 있다. 개인적으로 이 두 가지의 밸런스가 안 맞으면, 잘한다는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며 그 이유를 설명해 본다.

수업을 하면서 공통으로 강조하는 부분들이 있다. 지금 무엇을 그리고 있는지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다음 과정을 안배해 주어야 하는데, 그것이 계획임을 강조한다.

내용만 보면 당연한 얘기 같지만, 막상 그림을 그리다 보면 지금 어느 곳을 그리고 있었는지, 어떻게 그려야 되는지, 다음 과정은 무엇인지 생각하지 않고 그냥 그리고 있을 때가 많다.


특히 배우기 시작하는 초반부에는 완성한 결과물의 경험이 적다 보니, 전체적인 그림의 짜임새를 알기 힘든 상태다. 초반부터 중반부, 후반부까지 계속 끌어나간 경험이 적기 때문에, 현재 그리고 있는 부분이 다음 과정에서 어떻게 도움이 될지, 어떤 단서와 안배가 될지, 어떤 계획이 될지 판단하기 힘든 상태가 된다.

문제는 나중에 숙련도가 많이 올라갔을 때도, 이런 부분을 따로 신경 쓰며 개발하지 않으면 어려워진다. 경험으로 만들어진 표현력이 숙련도로 변환될 뿐, 계획으로 전체를 다루고 있다는 느낌에서는 멀어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정확하게 어떤 과정을 진행하는지 정리하며 그리는 것을 재차 강조한다.


상황을 인지하고 안배해 나가는 능력이 판단력이다.


어떤 설정, 계획과 방법으로 그림에 대해 접근하고 있는가. 설명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기능적인 숙련도에 의존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후반부로 갈수록 차별화되는 부분은 접근하는 방식이다. 해석과 계획으로 이루어지는 표현들은 숙련도와 떼놓을 수는 없으며, 이런 부분들이 같이 상승해야 하는데 밸런스를 맞추기가 굉장히 힘들다. 밸런스가 맞지 않으면 평소 해 온 것들은 잘하고 수월하게 진행하면서도, 어떻게 하는지 정확하게 설명 못 하는 상황이 온다.

극단적으로 얘기해 보면 자료를 참고해 그릴 때, 해석과 계획이 부족한 접근을 해도 높은 기능으로 근사치의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 흔히 알려진 베껴 그리기로, 이런 방식들에는 큰 오류가 있음을 여러 가지 주제의 글과 내용에 작성해 놨다.

많은 해석이 들어가야 하지만 높은 기능만으로 그럴싸한 결과물을 만들었을 때, 자료를 바탕으로 최대한 똑같이 그려내는 것이 사실화라는 정의로 전개된 경우가 많다. 이런 개념이 티칭으로 연결되면 기본기에 대한 설명은 관례처럼 진행되어 실용성이 떨어지고, 똑같이 그리는 기능적인 방법에 대해서만 강조하게 된다.


191119이구아나.jpg 김앤트, 설정, 39.4 ×54.5cm, Charcoal, 2019


설명을 잘 못한다는 것은 현상에 대한 분석과 해석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림 잘 그리는 사람들과 많은 소통을 해왔지만, 그중에서도 깊이가 느껴지는 경우는 생각보다는 많지 않았다. 보통 한 가지 의문을 제기했을 때 2~3단계까지 추가 설명이 가능하지만, 근거를 계속 타고 올라갈 수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원리에 대해 생각이 부족한 상태에서도 표면적인 결과물은 잘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그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되면, 발전의 잠재력도 달라지고 설명할 수 있는 영역도 늘어난다.

다른 곳에서 배우다가 오신 경우 얘기 들어보면 배운 내용들이 실용성과 먼 경우가 많다. 충분히 숙련도로 메꿀 수 있는 내용들이며, 이것은 독학으로도 채울 수 있는 부분이다.

무언가 배운다는 것은 숙련도를 넘어서 혼자 도달하기 힘든 경험치를 얻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잘한다는 것과 잘 알려준다는 것이 결코 별개의 일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후반부로 넘어갈수록 기능만으로는 한계점이 생기며, 자기 객관화가 체계적으로 되어 있어야 넘을 수 있는 벽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상향 평준화된 분야들이 있다. 주로 안전에 깊게 관련된 분야인 의학, 과학 등은 조금의 실수나 잘못된 해석으로 안전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정확해야 한다. 그래서 결과물에 원리와 근거, 해석들이 시대가 흘러갈수록 눈에 띄게 세밀해지며 발전한다.

의학, 과학 분야에서 얼버무리며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는 상황은 상상이 잘 안 돼지만, 그림에서는 이런 일들이 꽤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전문가의 영역으로 가기 위해서, 현재 어떻게 접근하는지, 어떻게 그려야 하는지, 어떻게 그리고 있는지, 계획과 원리, 표현에 대한 개념들을 꼭 정리해야 한다.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서 다른 사람에게도 잘 풀어 설명할 수 있게 된다.


정리

그림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은 자기 객관화가 부족한 상태이며, 더 깊은 이해도가 필요한 상태다. 자신의 그림을 확실하게 설명 못 한다면, 더 많은 경우의 수를 가진 타인의 그림을 판단하기 어렵다. 좋은 티칭이 타이밍 맞게 적용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이런 상태에서 그림을 잘 그린다는 판단은 기능이 높기 때문이다. 이해도가 받쳐주지 않는 이상 한계점이 확실하며, 성장 후반기로 갔을 때 잘한다고 평가하기 어려운 레벨이 된다.

이해도를 계속 채워 그림을 진행하면 경우의 수가 다양해지며, 상황마다의 판단 능력이 올라가 티칭능력도 상승하게 된다.


이해도와 표현의 밸런스를 맞출수록 성장 기반이 탄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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