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작용
연습 방법을 바꾸면 시간을 크게 아낄 수 있다.
만 시간을 그려도 비효율적으로 접근하면, 그만큼 효과가 떨어지며 법칙에서 어긋나는 상황에 처한다. 시간으로 규정하지 않아도, 효율적으로 접근하면 탄탄한 실력을 갖출 수도 있다.
일주일 단위로 봤을 때 그림 연습을 어떻게 해야 할까? 학원에 다닌다면 주 몇 회 정도가 가장 효율적일까? 이 부분에 관해서 얘기를 풀어본다.
그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다면, 분명 기술적인 부분에서 많은 부족함을 느낄 것이다. 자료를 보고 그리거나 구상해서 그릴 때, 생각과 계획과 크게 다른 결과물이 나오는 경우다. 이 기술적인 부분에서 부족함을 느끼다 보면, 그림을 못 그린다 생각하기도 한다.
기술적인 부분의 핵심은 숙련도다.
얼마큼 재료를 많이 다뤄 보고 그림을 더 많이 그려 봤는가에 영향을 크게 받으며. 선의 강약, 정확도, 경력 등 무언가 느낌이 다르다는 기준 중 하나가 숙련도다. 이 부분을 성장시키는 더 효율적인 방향성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시간 투자와 거의 비례한다. 시간 투자를 많이 하면 할수록 기술적인 부분에서 경험치가 많이 쌓이게 되고, 표현 방식에서 요령들이 많이 쌓인다. 초반에 접근하기 쉽고 만들어 놓으면 유용한 그림의 한 요소가 된다. 단, 방향이 잘못 잡히면 이 부분이 그림의 전부라는 착각과 함께 벗어나지 못하고, 기술적으로 그리게 된다. 이 부분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그림 이해도에 대한 단서를 찾기 어려워진다.
기술 부분에 어느 정도 요령이 붙었다면 이론을 보강해야 하는데, 혼자서 접근하기 굉장히 어려운 부분들이 많다. 이론들에 대해 정확한 인지를 하지 못한 채 그리는 경우도 많을 정도다. 여기서 말하는 이론은 그림에 꼭 필요한 실용적인 부분이다.
기술이 속도고 이론은 목적지라는 전편 글의 연장선이다. '이렇게 그리는 게 맞을까?' '잘하고 있는 걸까?' '어떻게 연습해야 할까?' 이런 부분들에 고민이 생긴다면 이론적인 부분이 부족한 상태라 할 수 있다. 이론을 만들려면 장르를 떠나 근본적인 부분에서 시작해야 한다. 사실적으로 그리고 싶다면 사실적인 부분에 대해 관찰이 필요하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고 싶다면 스스로 무엇을 추구하고 있는지, 먼저 앞서 나간 사람들의 그림들은 어떤 식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관찰해야 한다. 관찰하는 방법들에 대해서는 추후에 다루기로 하고, 그다음 할 일은 해석이다.
그림을 풀이하듯 하나하나 분리하다 보면 변환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해석을 한 후 변환기를 돌려야 된다고 항상 강조한다. 같은 현상이 있어도 장르마다 다르게 적용하며 알맞은 룰을 갖춰야 실용성을 갖게 된다. 그림에 적용될 수 있게 해석해서 끌고 와야 한다.
예를 들어 빛에서 세분화되는 개념들인 파장, 산란, 굴절, 회절, 파동 등 과학으로 접근해 개념을 파악하되 그림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어떻게 표현해야 효율적인지 항상 고민해야 한다. 이런 부분에 대해 생각해 보면서도 방향성을 잡기 어렵기 때문에 학원을 찾게 된다.
학원에 다니게 되면 주 몇 회가 적당할까?
기술적인 부분이 부족해 표현이 너무 힘들다면 주 5회가 좋다. 연습하고 요령들을 익혀나가며 손과 그 재료를 매일 사용하고, 집에서도 그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복습을 해나간다.
이 과정을 거쳐 어느 정도 그림 경력이 쌓인 전공자, 현역분들은 주 1~2회 정도만 다니면 된다. 조건이 하나가 붙는다면 이론적으로 채워 줄 수 있는 커리큘럼 한정이다. 기술적인 부분만 계속 알려준다면 경력자 입장에서는 배우는 효율이 크게 떨어진다. 숙련도 부분은 혼자서 계속 채워 나갈 수 있기 때문에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 현재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부분들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다. 이론을 미술에 잘 녹여서 알려 줄 수 있는 곳이면 주 1~2회 정도로 충분하다.
이론은 기술과 다르게 매일 반복해도 크게 상승하기 어렵다. 숙련도의 문제가 아닌 정보에 대한 해석의 문제이기 때문에 암호해독처럼 시간이 걸리고, 동시에 많은 정보를 흡수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알고 있는 것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새로운 관점의 해석을 경험하며 생각의 범위가 넓어지는 과정을 통해 가진 기술들을 발휘할 힘이 생긴다.
하지만 들은 정보와 지금 당장 필요하지 않은 기억들은 금세 잊힌다. 진도보다 미리 알게 되었다 해서 그 지점에 도착했을 때, 그 내용들이 적절히 생각나지 않는다. 현재 막힌 지점에 필요한 정보가 타이밍 맞게 들어와야, 확실하게 습득할 수 있는 확률이 올라간다.
숙련자가 막히는 부분을 뚫기 위해 정보를 얻으려 학원에 다닐 때는 매일 상승하며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기간을 두고 막혔던 부분이 한 번씩 뚫린다. 한두 번 정도 가서 피드백과 조언도 받으며 나머지 시간은 알게 된 이론을 차곡차곡 정리하고, 숙련도도 따로 꾸준히 올리며 연습하면 좋다.
정리
초보자이고 그림에 대해 잘 모르겠다 싶으면, 그리는 양을 최대한 늘리는 방향으로 진행하고 학원은 매일 간다. 어느 정도 숙련이 되었고 한 단계 이상의 성장을 원한다면, 그리는 분량도 중요시하되 변환이 된 해석을 정리해 나간다. 학원 횟수는 줄여서 1~2회 정도만 다니고 피드백 위주로 진행한다.
언제까지 누구에게 배우거나 의지할 수 없기 때문에, 이론과 기술을 융합해 가는 타이밍과 노하우를 만드는 과정은 꼭 거쳐야 할 관문이다.
배움은 자정작용을 만들어 내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