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기술의 정의

시각의 표면성

by 김앤트

예술은 기술의 상위카테고리일까?


그림을 그리다 보면, 예술과 기술로 나누는 개념 정리를 넘어서 편견을 갖게 되는 경우들이 있다.

예술의 개념보다 기술을 낮은 카테고리 놓는것. 예술가는 전체를 지휘하며 구성을 짜고 창의적인 생각을 펼쳐내는 사람. 구체적인 표현을 실행하는 사람은 창의력이 낮고 기계적인 기술자이며, 작가 대신 페인팅을 도맡아 하는 조수의 느낌이라는 시각이 있다. 콘셉트를 구상하는 사람과 직접 그리는 역할을 하는 페인터로 분류하여 관행이라는 악습으로 상. 하 관계가 나눠지고 있다. 이 부분이 자리 잡을수록 기술에 대한 의미가 퇴색되어 가고 있는 현상에 대해 바로잡아 본다.


아트(Art)는 라틴어 아르스(Ars)와 그리스어 테크네(Techne)에서 연원 한다. 아르스와 테크네는 특정 목적을 두고 숙련도로 만들어 내는 방향을 뜻하며, 기술이 필수로 포함된다. 예술의 정의가 없던 시대에 테크네는 기술을 의미했고, 기술은 미술, 목공술, 낚시술, 항해술, 사냥술 등을 여러 가지 장르를 포괄했다. 르네상스시기부터 테크네는 창조하는 작업과 숙련도가 필요한 기술로 나누어 적용했다. 근대와 현대에 이르어 테크네에서 조금 더 세분화된 예술에 대한 정의가 만들어졌다. '숙련성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기준으로 예술은 일률적인 규칙과 법칙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창조하는 행위가 포함되어 있어야 함을 강조했다. 이 기준에 의해 테크네로 크게 묶여있던 장르들이 예술과 기술로 나뉘었다.

고대에도 미술은 숙련도만으로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니었다. 세분화된 정의만 없었을 뿐 오늘날 예술의 개념으로 미술은 분류되어 왔다. 예술의 조상은 테크네에서도 창조성이 있는 집단이었으며 미술은 그 하위 카테고리에 포함되어 있다. 미술 안에서 다시 예술가와 기술자를 나누는 것이 이치에 맞는 일일까?


테크네 안에 언제나 미술이 있었다.


AnT작업실은 Art&Thechnology의 약자로 만들었다. 예술과 기술은 서로 우위에 있지 않은 평등한 관계이며 애초에 미술에서 서로 떼어놓을 수 없는 동의어와 다름없다. 콘셉트 팀과 드로잉 & 페인팅 팀으로 이루어진 대규모 상업 미술 작업이 아닌, 한 장면으로 표현되는 회화 그림에서, 작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표현에 뒤로 빠져있는 일들은 잘못된 관행이다. 이러한 근거와 소신을 담아 아트 앤 테크놀로지를 16년도에 오픈했다.

미술 안에 기술 개념은 일반적인 기술 개념과 다르다.

예술을 표현할 수 있는 수많은 장르 중 미술을 선택했고, 미술에서 그림을 선택했다. 그림을 표현하는 방법들이 계속 쌓이다가 효율 높은 방식들이 모여서 기술로 만들어진다. 표현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제대로 거쳐보았다면, 그림에서 기술만 따로 떼어 놓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예술을 기반으로 두고 있기에 항상 기술의 근거가 미적인 요소로서 명확하게 성립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방식으로 성장한 기술은 예술의 복잡한 개념을 압축해 놓은 표현의 구심점이 된다.


기술에 대한 거부감은 시각적인 표면성을 쫓을 때 생기는 심리다.


200317백작상.jpg 김앤트, 백작, 23.2x28.2cm, Charcoal 21 min, 2020



확립이 필요한 부분에서 거부감을 느끼는 원인은 기술에 대한 편견 때문이다. 미술에서 뜻하는 기술은 숙련도를 포함한 창조적인 해석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표현이 패턴화되고 창의력이 떨어지며 단순 작업으로 인식되는 기술은, 미술의 방향이 크게 잘못 설정되었을 때 일어나는 일이다.

예술을 발현하기 위해서는 표현이 있어야 하며, 합당한 표현을 하기 위해 장르에 맞는 기술이 존재해야 한다. 기술은 목표를 향해 직진할 수 있는 실용성이 담겨있어야 하고, 실용성은 수많은 경우의 수에서 나오는 결과의 집합체다. 경우의 수는 해석에서 비롯되고 해석은 원리를 관찰한 결과다. 그 원리에는 근본이 있어야 하며, 근본은 과학을 기반으로 하되 예술의 시각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이 시각으로 바라본 미술 안에서의 예술가와 기술자는 동등하다.


예술가의 기술은 탄탄한 체계를 거쳐 나오는 표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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