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력
시야가 넓게 열리기 위한 절차로 여력을 만드는 체계가 필요하다.
거의 모두가 그림을 그릴수록 시야가 좁아지는 현상을 겪는다.
시야는 눈으로 보이는 물리적인 범위가 될 수도 있겠지만, 이번 주제에서 얘기하고자 하는 부분은 정신적인 부분의 시야다. 즉, 사고와 체계의 범위를 말한다.
한 부분을 집중해서 그려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다른 변수를 고려하지 못하고 다른 부분과 조화가 깨지는 상태를 많이 경험하게 된다. 조화가 무너질 만큼 시야가 좁아졌다는 것은, 결과를 장담할 수 없게 되었다는 이야기와 같다. 이런 부분을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알아보겠다.
시야가 계속 좁아지는 현상은 상황에 맞는 판단을 못 내렸기 때문인데, 그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여유다. 여유가 있어야 주변을 돌아볼 수 있다. 하나를 수행하기도 벅찬 상태에서는 주변까지 판단하기란 무리다.
눈, 코, 입, 이목구비를 그리다 얼굴형에 비해 굉장히 작아져 있는 경우. 명암을 넣을 때 모두 비슷한 강도로 강하게 표현된 경우. 색을 칠하며 채도 높은 원색 위주로 바르게 된 경우 등.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들은 제외하고, 평소 수행이 가능한 부분에서 실수가 계속 일어난다면 여유가 부족해 생긴 일이다.
물론 알고 있는 것들을 모두 적용하면서 그리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같은 부분에 대한 실수는 분명히 개선되어야 하는 부분인데, 개선해야지 마음먹어도 시야가 좁아지면 생각처럼 잘되지 않는다. 이런 부분들이 있다면 그림을 그리며 해결하기보다 노트나 메모장 등 프로그램을 꺼내서 글로 쓰며 생각을 정리해 보는 것이 좋다.
실수가 반복되는 부분에 대해 쭉 적어본다.
EX) 형태를 잡을 때 구도가 계속 밀린다. 처음 설정한 구도에서 계속 벗어난다. 형태가 계속 작아진다. 커진다. 가로로 넓어진다. 세로로 길어진다.
반복해서 하는 실수들에 대한 정보들을 쭉 작성한다. 그리고 작성하다 보면 절대 극복하지 못할 문제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왜 문제가 발생하는가에 대해 추측해 보고 파악하는 과정과, 나름의 해결 방법을 같이 작성해 본다. 한마디로 개선점에 대한 이유와 방향을 구체적으로 작성한다. 그다음 그리는 과정의 순서를 적는다.
구도를 설정한다.
개체의 반을 나누고 반의반까지 나눠 표시를 한다.
수직, 수평을 활용해 형태의 포인트를 표시해 놓는다.
이 상태에서 바로 모양을 잡아서 실패한 경험이 있다면, 이번에는 전체 확인 작업을 한 번 더 해준다.
이런 식으로 중간에 순서를 정리해 보며, 1부터 10까지 나열해 보자. 그림을 그릴 때 보이는 곳에
적어놓은 것들을 배치해 놓고 진행하는 습관을 만든다. 이러한 방식들이 분석되고 연구가 된다. 거창한 것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부분부터 하나하나 지켜나가 보면, 스스로도 놀랄 만큼 빠른 시간 안에 개선될 것이다. 어느 정도 개선이 됐다면 그 시도에 대한 확정을 지어 놓는다. 어떤 방법을 통해 막힌 부분이 해결되었는지 분석 결과를 작성하고 그 경우의 수를 하나하나 계속 쌓아 나간다.
체계적인 행동으로 만든 실력만이, 활용도 높은 중요한 자산이다.
항상 그림을 그릴 때 이런 식의 체계를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니다. 경험이 쌓여 좋은 방법이 만들어지다 보면 '여력'이라는 것이 생긴다. 힘이 남는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50kg 덤벨이 있다면, 일반적인 경우에는 양손으로 들기도 굉장히 힘들 것이다. 몸에 힘을 쥐어짜서 온 신경이 덤벨을 들기 위해 집중될 것이다. 근데 2kg 핑크 덤벨을 든다고 생각해 보면 드는 행위에 대해서 걱정되지 않고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덤벨을 들며 잡생각도 하고, 영상을 볼 수도 있고, 책을 읽을 수도 있고 여러 가지 멀티작업이 가능하다. 이것이 여력이 남을 때 가능한 일이다.
그림도 똑같다. 여력이 생기면 시야가 굉장히 넓어진다. 방법 중 한 가지를 수행하면서 그 방법에 대한 판단과 다음 과정, 결과물에 대한 예상까지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 숙달되었을 때 자동화된 방식이 하나, 둘 생기며 이 여력이 생겼을 때 여유도 같이 따라온다. 여력이 없는 여유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 효용성이 떨어진다.
여유 안에 여력이 반드시 담겨야 한다.
정리하면 시야가 좁아지는 경우는 대부분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여유가 없기 때문에 계속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되며, 극복하기 위해서 필기하고 분석한다. 그리고 수행하고 결과를 적는다. 경우의 수를 많이 만들어 놓다 보면 정리된 이론과 확인 작업을 통해 실력이 많이 쌓인다. 실력은 여력의 기반이 된다. 여력을 가지면 여유 있게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된다.
레벨이 높아질수록 멀티태스킹은 극대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