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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앤트 Oct 28. 2023

진지함과 몰입

반짝임

밸런스가 맞지 않는 특성은 잠시 반짝일 수밖에 없다.


그림을 그리면서 숨기는 경우가 꽤 많다. 지금은 실력이 좋지 않기 때문에 미술이 어느 정도 완성되면 공개할 계획을 세운 경우, 주변에서 반대하는 경우에 눈치 보이고 위축돼서 얘기를 못 하는 경우들이 있다. 이런 압박감 속에서 오히려 아무렇지 않다는 듯 가볍게 반대로 행동하고 말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일수록 진지함을 갖춰야 실력을 더 빠르게 향상할 수 있고 좋지 않은 상황을 바꿀 수 있다.

좋은 실력을 갖추기 위해 선행되어야 하는 조건 중 진지함은 상단 카테고리에 위치한다. 생각보다 훨씬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고, 성공의 필수 요소로 꼽히는 몰입과도 연계되는 개념이다.


진지하지 않으면 몰입할 수 없고, 몰입할 수 없다면 진지하지 않은 것이다.


그림뿐만 아니라 평소 생활과 많은 장르에 적용이 가능한 내용이다. 진지함은 특정 대상이나 장르에 대한 분석으로 생각을 정리해 나가고 있을 때 자연스럽게 생기는 감정이다.

생각이 스쳐 지나가지 않고 오랫동안 머무를 때 행동으로 연결된다. 이것의 매개체는 진지함이다.


진지함에 단계를 나눠 본다.

첫 번째 단계 - 다짐하는 단계

기존과 다르게 특정한 계기를 통해서 정신 차리고 한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다. 생각은 휘발성이 강하기에 이 상태가 일정 시간 유지되다가 끝나는 경우도 많다.

두 번째 단계 - 실천의 단계

이왕 해보기로 한 것, 제대로 해보겠다는 마음으로 학원을 등록하거나 영상과 책을 보고 정보를 수집하게 된다. 막상 해보면 생각과 조금 다르기 때문에, 섣불리 한계점을 그으며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개인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환경적인 요소에 따라 큰 분기점이 생긴다. 그렇기에 세 번째 단계로 넘어가기가 조금 힘들다.

세 번째 단계 - 욕심의 단계

실행하다 보면 나름 재밌는 요소를 찾고 성취감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점점 욕심이 생기면서 진지해져 간다.

내가 평소에 자주 보게 되는 단계다. 작업실을 처음 등록할 때는 가볍게 한번 경험 삼아서 해 보거나, 도전해 보는 목적으로 다니다가, 그림이 점점 좋아지면서 욕심이 생기는 과정을 볼 수 있다.

사람이 진지해지면 평소에 하던 말과 행동에 변화가 생기면서 태도가 많이 바뀌게 된다. 두서없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근거가 생기며 목적성 있게 말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점점 차분해진다.

AnT작업실의 대부분 학생이 그렇게 변해가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현재 상태를 체크해 적절한 진도를 나갈 수 있다.

네 번째 단계 - 몰입의 단계

진지함의 마지막 단계로 특정 장르가 삶의 일부분으로 구성 되었을 때다. 모든 생활 속의 장르적인 특성이 녹아들며 생각의 반 이상을 장르로 구성하기 때문에 압도적인 성취를 이룰 수 있다. 이렇듯 몰입이 성공의 조건으로 손꼽히고 있지만, 사회성 결여라는 위험성도 존재한다.

경험이 부족한 상황에서 한 분야의 몰입을 하게 되었을 때 시야가 굉장히 좁아질 수 있다. 지금 당장 해야 한다는 초기성 강박으로 주변 상황을 잘 읽지 못하고 보지 못하는 일들이 발생하기도 한다.

학생 때 친구들과 노래방에 가서도 내 노래를 부른 다음에, 친구들이 부를 때는 그림 자료를 보고 있다거나. 학원 쉬는 시간에 다 같이 간식을 먹을 때도 같이 어울릴 생각을 안 하고 그림을 그렸다. 어떻게든 성장 시간을 줄여보려는 강박이 특이점으로 작용하며 재수 없고, 배려 없고, 이기적인 사회성 결여로 보일 수 있는 시기다.

다행히 평소에는 잘 지냈기 때문에 따돌림은 안 당했지만, 적어도 외골수로 느껴져 많은 불이익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이 방식으로 분야에서 성공을 이뤄냈을 때 인성적으로 채워지지 않은 큰 단점들을 갖게 되기도 하며, 실제로 이런 경우들을 주변에 꽤 목격할 수 있다.


몰입은 조절이 필요하다.


김앤트, 헤엄, 24.2.X33.4cm, oil on canvas,  2023


모난 곳 없이 사람들과 잘 어울리면서도 충분히 자기 일에 몰입할 수 있다. 동시에 하지 못하는 경우는 대부분 여유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 가지 일도 벅차기에 멀티태스킹이 안 되며 실수가 많이 일어나는데, 성장 과정에서는 어느 정도 용납되지만,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다.

사회성을 인지하게 되었을 때 흑역사처럼 느껴지는 과거를 반성하며 극단적으로 치닫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제야 철이 들었다는 생각에 주변 눈치를 많이 보며, 해야 할 일을 못 하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것은 사회성이 개선되거나 철이 든 것이 아니라 성장 방향을 잘못 잡은 것이다.

메인과 옵션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메인이 개인의 성취이며, 옵션이 사회성이다. 다른 사람들이 인생을 책임져 주지 않기 때문에 해야 할 것은 꼭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큰 마찰과 특이성 없이 유연하게 흘러가는 방향을 찾아야 한다.


진지함은 성취와 사회성을 동시에 갖추었을 때 완결성을 띤다.


진지함은 항상 내면의 바탕으로 깔려 있어야 한다. 타인이 자신을 판단하는 것은 한순간일 뿐이며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그 한순간 때문에 해야 할 것을 못 하면서 될 사람이 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기에, 분야에 대해서 옳은 방향으로 진지해져야 한다.

잘 그리든 못 그리든 현재 상황과 상관없이, 생각하는 방향 그리고 있는 방식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 보통은 말을 뱉으면서 또 한 번 더 생각하게 되고, 지켜내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진지해지면 얻는 효과들을 정리하며 마무리한다.

첫 번째

장르를 좋은 방향으로 끌어나갈 수 있는 베이스가 만들어진다.

두 번째

생각을 실행으로 옮기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 나가는 방법을 익힐 수 있다.

세 번째

진지해지는 만큼 몰입해 나가면서 성취도를 크게 향상할 수 있다.

네 번째

사회적인 선상 안에서 눈치 보지 않으며 존중받을 수 있다.


현재는 많은 사람들에게 그림을 알려주고 글을 쓰며 영상을 찍을 정도로 거리낌 없지만, 어느 순간 그림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이 부끄러웠던 시절이 있었다. 한참 눈치를 보게 됐을 때 갑자기 예전이 그리웠다. 사회성이 부족했지만 스스로를 기준 삼아해야 할 것을 강단 있게 했던 시절이 반짝이게 느껴졌다. 그렇게 유지하면서 살아왔다면 더 나은 사람이 되어있지 않을까 고민했던 적이 많았다. 이런 과정을 거쳐 현재의 적정치를 찾게 되었고 더 발전된 방식이었으며 좋은 길임을 확신하게 되었다. 밸런스가 맞았을 때 성취도는 더욱 상승하였다.


그제야 그 반짝임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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