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앤트 Dec 04. 2023

점진적 최소화의 단계

상호작용

예측은 상상이 아닌 실행과 경험 기반으로 진행된다.


7년간 600명 이상의 학생에게 그림을 알려주면서 뒤에서 관찰한 모습들이 있다. 그 결과 그림을 그리고 있는 사람들의 뒷모습만 봐도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대략 알 수가 있다. 일반화나 넘겨짚기가 아니라 한 분야의 많은 경험치로 알 수 있는 행동양식의 일부다. 오답을 선택함으로써 특이한 동작이 나오고 그 동작으로 인해 상황을 읽어낼 수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서 정리 해보고 개선점을 찾아본다.

 

점진적 최소화의 단계

근력 운동계에서 유명한 얘기로 '정답은 없지만 오답은 있다.'라는 말이 있다. 그 오답은 원리에서 벗어난 개념으로 인해 물리적인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오답을 선택하므로 몸과 마음이 모두 힘들어지고 성장률이 저조하게 설정될 수 있다.

그림에도 충분히 적용되는 얘기다. 

점진적 최소한의 단계는 개념적으로 풀어 봤을 때 '점점 작게 나눠서 들어간다.'는 방식을 갖출 수 있다. 쉽게 말해서 조각하듯이 점점 작게 깎아나가는 것이다. 이 방식을 차용하게 되면 우리가 흔히 작다고 여기는 머리카락, 피부, 가죽, 돌, 나무, 쇠 등의 질감 또한 결국에는 작은 면의 개념으로 잡아놓을 수 있다.   

그림을 그리는 원리 또한 큰 면에서 작은 면으로 점점 좁혀나가면서 질감으로 자연스럽게 연결할 수 있다. 묘사에 치중하게 되며 시야가 좁아지는 현상 또한 면적을 점점 줄여 나가다 보면, 시야를 유지하며 묘사라고 불리는 개념까지 이어질 수 있다.


김앤트, 시범 프로세스, 27.2x37.2cm, 도화지에 연필, 2018


우리가 이 과정을 실행하기 위해서 동작 범위가 점점 어떻게 변할까? 동작은 팔의 가동 범위를 얘기한다. 처음에는 큰 면에서 점점 작게 나눠서 들어가기 때문에, 초반 동작은 크게 설정되기 마련이다. 진행하면 할수록 표현해야 하는 면은 작아지기에 동작의 범위 또한 점점 줄어든다. 

다음은 빈도수다. 초반에는 계획을 잡아주는 과정을 거치며 설정과 수정을 반복하기 때문에 동작이 바쁘게 이뤄질 수밖에 없다. 후반부로 갈수록 초반 설정된 계획을 유지하며 그려야 하고 이미 큰 계획이 유지되며 진행된 상태다. 표현 또한 작은 차이로 이뤄지며 동작은 점점 차분해진다. 


체감이 어려운 강도일수록 디테일은 높아진다.


면적을 점점 작게 순환에서 들어가는 방식은 글에서 많이 다뤘던 내용이기 때문에 넘어간다.

동작이 커지는 이유는 세 가지로 정리 할 수 있다.

첫 번째. 계획이 중구난방으로 설정이 되어 있다. 

계획이 부족하거나 없다시피 하여 감으로 그리고 있는 상태다. 이럴 경우 팔을 쓰는 범위도 불규칙적으로 설정되어 작게 움직였다가 크게 움직였다가 번잡스러운 동작이 나온다.

두 번째. 계획이 추가되었다.

그림을 진행하던 도중에 상황에 따라 계획이 수정되거나 추가되었을 때다. 그 새로운 설정을 위해서 팔에 가동 범위가 조금 넓어질 수 있다. 웬만하면 초반 계획을 끝까지 유지하면서 그리는 연습이 실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계획을 다시 정리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 계획상 특정 표현 방식이 필요하다.

장르나 재료 특성에 따라서 마지막에 올려줘야 하는 특정 표현들이 있다. 그 표현을 사용하기 위해서 팔을 움직이는 빈도수가 높아질 수 있다. 계획하에 이루어지는 방식으로, 이렇게 진행될 확률은 낮다.

동작이 커지는 이유는 대부분 첫 번째 경우에 가까우며 초반에는 동작이 크고 화려하며 빠르다. 하지만 동작에 디테일한 계획이 담겨 있지 않기 때문에 중 후반부에 길을 잃으며 멈추게 된다.


김앤트, 시범 프로세스, 27.2x37.2cm, 도화지에 연필, 2018


정리한다.

이 사례들을 종합해 봤을 때 그림을 후반부까지 진행하고 있는데 이상하게 팔이 아프거나, 가동 범위가 넓고 화려하다면 체계를 의심해 봐야 하는 순간이다.

자기 객관화를 통해 스스로를 학습하는 방법을 이용하려면 관찰자 시점으로 변환해야 하는데, 잘못된 전조 증상 중의 하나가 표현에 몰두한 동작의 화려함이다. 액션 페인팅이 아닌 이상 끝까지 화려하게 유지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후반부로 갈수록 동작은 더더욱 간결해져야 한다. 초반에 설정한 계획을 쭉 끌어 나가면 점점 작은 차이로 후반부 표현이 진행되는 근거를 기반으로 한다. 이것이 점진적 최소화 단계의 개념이다.


거미줄 같이 짜인 개념들은 상호 작용 관계 속에 놓여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파이프 커넥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