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2017)
1987년의 6월은 지금은 쉽게 상상조차 못할 정도로 정말 뜨거운 해였다. 어린 나는 당시에 엄마와 함께 집 근처 P대학을 지나고 있었다. 그때 학교 정문 앞에 서있던 대학생 형과 누나들의 모습을 아직도 기억한다. 그들은 머리에 띠를 두르고 뭔가를 목 놓아 외치고 있었고 반대편 사거리 아래에서는 헬멧을 쓰고 방패를 든 경찰들이 전차를 뒤로 한 채 그들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최루탄의 쓴맛을 경험했다. 펑펑 소리와 함께 거리에 연기가 자욱해지자 거리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엄마는 그 순간 어린 나를 등에 업고는 입고 있던 외투를 내 머리에 씌운 채 마구 뛰셨다. 집 앞 재래시장에 다다라서야 나를 내려놓았는데 어찌나 매웠던지 눈과 코, 그리고 입이 얼얼하고 얼굴 전체가 쓰라려 화장실에서 마구 세수를 했던 기억이 난다. 외투로 얼굴을 가렸던 내가 그 정도였는데 어린 나를 업고 뛰었던 엄마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의 기억만큼은 생생하게 남아 있다.
영화 <1987>(2017)은 당시 S대 인문학과 학생이었던 故 박종철 열사의 고문치사 사건을 주 내용으로 다루고 있지만, 영화는 그 사건보다 이를 발단으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들을 전개시키는 데에 좀 더 초점을 맞췄다. 스토리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기 위해 각 요소마다 다양한 배역을 골고루 늘어놓아 균형 잡힌 시각을 보여준 것도 관객들이 사건을 쉽게 받아들이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화자는 별도로 존재하지만 그들이 이야기 전체를 지배하지 않고 다양한 인물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기에, 제작 입장에서도 연출하기 편하고 이를 받아들이는 관객 또한 이해하기 수월하다. 다큐멘터리처럼 사실적인 부분에 스토리까지 더하니 재미 또한 충분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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