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말을 잘 신고 싶다.
금속안경테 중에 다리 끝부분이 마치 양말처럼 플라스틱으로 감싸놓은 부분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것 부분을 팁(tip)이라고 한다. 다리팁, 템플팁 이런식으로 부른다.
이 형태엔 여기엔 두가지 목적이 있다.
1. 코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 무게밸런스 뒤로 이동
2. 귀에 직접적으로 닿는 부분이니 혹시 모를 알러지반응을 예방하기 위한 수단
이 같은 목적으로 안경에 조립되지만, 이 겉저리 같은 파츠가 안경의 심미적인 부분에에 굉장히 큰 부분을 차지한다. 정장에 구두를 신었는데 무드에 맞지 않는 양말은 눈에 거슬리듯이 팁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이다.
엄밀히 말하면 안경다리는 구두를 신지 않지만, 아무튼 이 양말이 잘 어울려야한다. 잘 모르겠으면 검은 양말!인 것처럼 기본은 블랙 혹은 짙은 브라운, 간혹 호피나 호박색의 아세테이트 시트로 만들어진다.
고가테에서는 보통 아세테이트로 만들어지는데, 안경을 오래 쓴다는 전제 하에 팁에서 내구성이 가장 좋은 소재가 아세테이트기 때문이다. 고무나 실리콘은 쉽게 오염될 수 있고 열에 너무 취약하다. 이른바 가성비테에서는 흔히 생산비용 절감의 이점으로 사출 플라스틱이 사용된다. 탄성은 오히려 더 좋으나, 아세테이트가 오래 쓰는 경우 끈적-하게 늘어지는 느낌이라면 사출 플라스틱들은 파삭파삭 깨지는 현상을 보인다. 무게밸런스를 조절하기에도 비중이 높은 아세테이트가 유리하다. 내가 만든 진저안경에는 테 색깔을 강조하다보니 오히려 팁에 색깔을 뺀 클리어 시트를 사용한 것이 포인트가 되고 더 이뻐보였다.
이 팁에 굉장히 과감하고 유쾌한 색감을 잘 쓰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안네발렌틴(ANNE ET VALENTIN)
프랑스의 두 부부가 만들어낸 브랜드. 내가 정말정말 사랑하는 브랜드이다. 지중해의 색감에서 영감을 받고, 프랑스인들의 여러가지 헤어칼라에서 오는 다양성을 아주 세련되게 표현한 디자인을 선보인다. 정말이지 유럽안경, 프랑스안경이라는 말이 잘어울린다. 팁에 포인트를 주는 칼라도 잘쓰고 형태도 아주 과감하게 뽑아낸다.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늘 놀라곤 한다. 진저가 K-발렌틴이고 싶은건 비밀
과감한 색감에 도전하고 싶지만, 그게 좀 어려운 분들에게 팁에 포인트색감을 준 안경을 시도해보는 것을 권해본다. 착용하면 귀와 헤어에 가려 잘 안보이지만 한번씩 힐끗힐끗 참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이제 새로 그릴 안경에 나도 좀더 과감한 색을 써봐야겠다.
정성택
이 글의 안경 사진은 아이웨어편집샵 핫선글라스의 상세페이지에서 가져온 사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