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복자를 안경에 새긴다면
선정한 e스포츠 종목은 나도 즐기고 있고, 시장규모가 가장 큰 리그오브레전드라는 게임이다. 그 중에서도 한국의 리그오브레전드 리그 LCK에서 활약 중인 아프리카프릭스와 협업을 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프릭스의 선수들이 선호하는 캐릭터를 모티브로 작업하려 했으나 이야기를 하다보니 조금 다르게 진행되었다.
리그오브레전드라는 게임은 21년 3월 현재 무려 154가지나 되는 캐릭터를 선택할 수 있는 5대 5 게임이다. 이 10명이 한 게임을 하는데 보통 30-40분 많게는 50분 이상 걸리는 게임이다. 이런저런 변수가 많은 게임이다 보니 한 게임을 하는데 세팅해야하는 것들이 아주 많다. 그중에서 캐릭터를 선택하고 '룬'이라는 각기 맞는 옵션을 선택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 일상의 예를 비유하자면, 같은 제네시스 차를 사더라도 디젤 혹은 가솔린 아니면 하이브리드엔진일지 전기차일지 선택하는 옵션이라고 보면 된다. 이게 승차감에 아주 큰 요소이듯이 룬이라는 것도 상당히 중요하다.
수많은 옵션값들 중에서 '정복자' 라는 룬이 있다. 위의 예시에서 꼽자면 아마 디젤 엔진의 포지션이다. 천천히 성장하여 아주 강력해질 수 있는 옵션이다. 공식 e스포츠 대회에서도 증명하듯 처음에는 성장이 더디지만 잘 성장하여 후반에 접어들면 말그대로 게임을 정복할 수 있는 옵션이다.
협곡을 정복하라는 의미에서 e스포츠 선수가 착용하는 안경에 정복자를 심어주고 싶었다.
그들이 가진 취향을 존중하고 그 범위 내에서 접근하고자 한다. 살펴보면 어느정도 선호하는 안경의 형태가 있다. 안경시장의 트렌드와는 조금 다르게, 위와 같은 메탈프론트에 플라스틱다리 제품을 착용하는 선수가 유난히 많았다. 보통 롱팁 메탈안경이라고 부르는 이 스타일이 역시나 선수들에게 많이 선호된다. 아니면 아예 두꺼운 뿔테, 그리고 조금 철지난 솔텍스. 아, 솔텍스라는 것은 금속프레임에 플라스틱 부품이 결합되는 구조를 말한다. 선수들이 무난하게 착용할 수 있는 디자인과 솔텍스에 작은 변형을 준 모양인 하금테 디자인을 제안해보고자 한다.
그렇다고 촌스럽게 떡하니 뱃지처럼 넣지는 말아야지. 아는 사람은 알아보지만 거부감이 들거나 과하다는 생각이 안들었으면 했다. 선택한 방법은 그래픽패턴화. 정복자의 모양을 패턴화하여 안경의 어느곳에 새기고자 한다. 안경의 프론트와 다리가 만나는 부분인 엔드피스 부분에 새기기로 했다.
정복자의 심볼은 도끼와 옆으로 날개를 펼치듯이 뻗어있는 식물 줄기와 잎으로 이루어져있다. 그리스신 아폴로의 트레이드마크인 월계수잎과 같은 느낌이다. 처음엔 저 대두 도끼를 어떻게 녹여내는지가 관건이었다. 워낙 캐릭터가 센데다 면적자체도 넓었다. 임의의 원형 곡선을 형상 뒤에 배치하고 월계수 잎의 크기를 쫙- 키워서 연속성을 더했다. 마치 어느 엔틱 무늬와 같은 아우라를 완성했다. 이것을 안경의 엔드피스 부분에 안착시켜보았다. 멀리서 보면 안보일지도 모르지만 가까이에 있는 사람과 착용하는 사람은 알 수 있다.
추가적인 요청으로 어떤 챔피언이 녹아난 디자인도 개발되었다. 이번 기획개발사업에서 초안이었던, 확장가능성을 열게 되는 챔피언 형상의 안경테이다.
정복자001과 002 그리고 AKA.L 프레임, 이렇게 세가지 안경테가 e스포츠 아이웨어로 출격준비 중이다.
정성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