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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Noseless

나는 냄새를 잘 못 맡는다.

by 안테나맨

커어어억! 퉤-


난 코를 뒤로 넘겨 뱉는 습관이 있다. 아마도 12살 때부터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때는 그 불량한 모습이 멋있다고 생각했다. 만성비염으로 코가 막혀있는 것이 기본이었던 나에게 그 뱉어냄은 후련함과 쾌감을 주었다. 그래서 죄책감 없이 하곤 했다.


어릴 때는 내가 비염인 줄 몰랐다. '다들 이러고 사는 거겠지'라고만 생각했다. 매운 음식을 먹을 때 콧물이 많이 나는걸 발견했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그 양이 많았다. 그것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아무튼 그걸 닦아내면 또 후련해졌다. 또 하나의 뱉어냄이었다. 그래서 매운걸 굉장히 좋아하게 되었나보다. 12살, 5학년 때 내 짝궁이 하루종일 코를 푸는 친구였다. 휴지를 얼마나 써대던지... 그 작은 코에서 그렇게나 많이 나오는게 신기했다. 더럽다는 느낌보다는 안쓰러웠다. 내 사촌들도 비염이 아주 심하다. 아니, 온 정씨 집안이 심했다. 정씨의 종특이었던가? 나는 최씨가 섞인 하프블러드여서 다행히 그 증상이 적은 편이었다.


비염이 덜한 편이라 관리를 소홀히 했다. 거의 안했다. 누군가는 코세척도 하고 병원도 다니고 수술을 하기도 한다. 나는 그정도는 아니야~라고 하며 방치했다. 나이가 들어서는 면역이 떨어지거나 그날 잠을 적게 자면 어김없이 증상이 심해졌다. 종일 훌쩍 거린다.


그게 당연한 증상이 되다보니 나는 냄새를 잘 맡지 못한다. 냄새가 심하게 나는 경우에도 거의 모른다. 극장에서 일할 때, 어느 스텝이 하면 안되는 금기인 극장 내 취식을 했다가 밥냄새가 너무 심해 공연준비에 문제가 있을 만할 때에도 나는 전혀 알지 못했다. 혼자 살기 때문에 빨래도 스스로 하는 편인데 그것도 관리 미숙으로 냄새가 안빠지는 경우가 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나는 냄새가 나려나? 코를 갖다대어 본다.

아무 냄새도 안나는 것 같다. 아니, 아무 냄새도 못 맡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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