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ml의 기쁨
나는 나도 모르게 날 수도 있는 불쾌한 냄새를 경계한다.
그래서 향수를 뿌린다.
이 향수는 대학생 때, MT를 가려고 이마트에 장보러 갔을 때 처음 산 향수다.
"향수 할인 중이에요~" 마트 1층에서 있던 직원분이 툭 내던진 말에 어쩐지 그날은 응해주고 싶었다. 돌이켜보니 그즈음 나는 향수라는 것을 갖고싶었던 것 같다.
몽블랑 레전드. 5만원대에 50ml짜리를 구매했다. 향을 맡아보니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어쩐지 세련되고 따뜻한 향이라고 느껴졌다. 물론 내 코는 금방 피로감을 느끼고 더이상 향을 맡을 수는 없었지만 굉장히 마음에 들어서 별 고민없이 사버렸다. 옆에 있던 형들이 리액션이 참 좋았다. 같이 맡아보고 마침 자기가 늦게 보고 내가 사서 아쉽했다. 그래서 나는 꽤나 의기양양해했다. 실제로 다들 이 향을 다들 좋다고 말해줘서 잘 샀다 싶었다. 그래서 난 이 향수를 참 소중히 여겼다.
누군가 내가 탔던 엘리베이터에서 나의 향수냄새를 맡고는 내가 먼저 도착했음을 눈치챈다고 했다.
그 말이 좋았다. 왜 좋은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자존감? 내 자아를 표현했고 알아준 것 같았기 때문일까.
향수라는 것은 여러모로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중요한 날에는 어김없이 이 향수를 뿌린다. 나의 체취가 의심되는 날에도 향수를 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