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희미하게 맡아지는
나는 국회의사당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살고 있다.
정확히는 영등포동 7가. 여의도와 샛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4월 초. 유난히 추웠던 올 봄을 이겨내고 드디어 벚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매년 이 시기만 되면 주변에 걸어다니는 사람이 아주 많다. 다들 밤낮 안가리고 벚꽃명소라는 국회의사당 뒷 길을 간다. 나도 매년 자전거를 타고 간다. 단지 벚꽃을 ‘보기’ 위해서. 나에게 벚꽃이란 시각적인 아름다움이다.
“자전거는 내려서 끌고 가세요.”
올해부터는 안전의식의 강화 때문인지 자전거 강화를 제한했다. 뭐 아무렴 어때.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길을 걸었다. 누군가 벚꽃 냄새가 좋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벚꽃 냄새? 킁킁 맡아본다. 어렴풋이 꿉꿉한 무언가 향이 있는 것 같다. 자세히 맡아보려는데 점점 옅어진다. 또다시 코가 금방 지쳐서 뻗었나보다. 눈으로만 즐기다 향까지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에 더 향을 맡고 싶다는 욕심이 났다.
잠시 코를 막고 걸었다. 정확히 3분 후 손을 떼고 냄새를 맡아보니 맛있는 음식 냄새가 훅 밀려왔다. 푸드트럭이 운영되고 있었다. 벚꽃냄새가 더욱 멀어졌다. 얼른 더 걸어가서 다시 코를 열었으나 이미 내 코는 고장나 있었다.
벚꽃은 금방 떨어질텐데.. 코세척이란 것을 해보고 주말에 다시 와봐야겠다.
하지만 또 비소식이 있다고 한다. 부디 잘 버텨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