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모르는 오감의 세계
4호선 문이 열릴 때,
취해 있는 사람들과 날 똑같이 보지마
그들이 휘청거릴 때마다
풍기는 술 냄새마저 부러웠지만
난 적응해야 했거든 이 시차,
「시차」라는 곡의 내 기준 최고 킬링파트다. 이 부분만큼은 피처링한 로꼬의 발음이 좋아서 너무나도 또렷히 들린다. 로꼬는 내가 대학교를 다닐 때 아마도 같이 교정을 거닐었을 것이다. 친분은 전혀 없었지만 옆 건물을 쓸 정도로 가까이 있었다. 시점이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놓친 이 냄새를 이 아티스트는 맡은 것이다. 이 노래가 나올 때는 나도 만만찮은 올빼미 족이라 밤을 자주 새고 새벽이나 아침에 잠들던 시절이었다. 졸업한지 얼마되지 않아 아직 홍대 골목에 거주하고 있었는데, 알다시피 홍대 앞은 밤이 되면 술 먹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어찌나 그렇게 열정적으로 마시고 즐기던지. 전혀 다른 차원의 일 같아서 부럽다는 생각마저 없었다. 그런데 지나가면서 이 냄새를 맡았다고? 그리고 부러움을 느꼈다고?
정말 많은 공감을 했던 아티스트의 곡이라 이 부분도 이해하고 싶었나보다. 괜시리 술 취한 사람들 앞을 지나갈 때마다 이 노래를 귀에 꽂고서 후각을 바짝 세웠다. 나도 맡고 싶고 부러워하는 감정을 느껴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리고 역시나 대실패. 맡아지지 않았다. 옆에 같이 작업하던 친구에게 물어봤다. 야, 그 노래 들었봤어? 술 냄새 너도 부럽다고 느껴? 친구가 질색팔색했던걸 똑똑히 기억한다. 그런걸 왜 부러워하냐고, 근처에 가기고 싫다고 했다. 지금 돌아보면 나는 그걸 맡을 수 있는 그 친구가 부러웠다. 단순히 냄새를 맡은게 부러운게 아니라 그 노래를 다방면으로, 오감을 다해 느낀다는게 참 부러웠나보다.
계절을 냄새로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 분명히 음식의 풍미도 더 느끼겠지. 살아가는 데에 치명적인 결핍은 아니지만 내 것이 아닌, 닿을 수 없는 세계여서 오감의 세계를 더 동경하는 듯 하다.
오감이 아닌 육감이라는게 있다고 한다. 나는 그 여섯번째 감각으로 매워야겠지.
그렇게 되면 이미 -1이니 비로소 오감이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