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Noseless

진짜 바다의 맛

상쾌하고 청정하고 달콤한 향

by 안테나맨

내가 살면서 강렬하게 기억 남는 순간 중 하나는 아빠와 우도를 갔던 일이다. 단 둘이 떠난 제주도 여행 중에, 하루는 배를 타고 우도에 들어갔다. 언젠가 TV에서 누군가 우도에서 짜장면 투어을 한 것을 보고는 우도에 가면 꼭 짜장면이 먹고 싶었다. 알다시피 우도에는 정말 많고 많은 짜장면집이 있다. 어디로 가볼까 고민하면서도 아직 배가 덜 고팠던 우리는 섬을 좀더 둘러보기로 했다. 그러던 중 '해녀의 집'이라고 적힌 간판이 있는 여러 가게를 보았다. 제주도에도 종종 보였지만 작은 우도에서는 그 빈도가 많았고, 간판과 외관만으로 모든 가게가 찐 맛집임을 알아챌 수 있었다. 도저히 지나칠 수 없어서 한 곳에 들어갔다.



00500077_20190829.webp from. 한겨레 신문


바닷가가 잘 보이는 자리에 앉아서 멍게와 해삼 그리고 땅콩 막걸리를 주문했다. 아빠는 해녀의 집에서는 회가 아니라 그런걸 먹는 곳이라고 했다. 이윽고 파전을 담을 것 같은 넓은 접시에 멍게와 해삼이 고루 펼쳐진 채로 나왔다. 내게 멍게와 해삼은 회를 먹기 전, 살짝 비린 향으로 회를 먹기 전에 내 입을 준비시키는 에피타이저 정도였다. 경우에 따라서 많이 비린 곳은 초장을 듬뿍 찍어 그 비린 향을 덮고 오돌토돌한 식감만 즐기려고 했었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초장을 툭- 찍어 먹은 처음 한 입은 정말이지 놀라웠다. 새로운 세상이었다. "이것이 바다다."라고 말해주듯 굉장히 상쾌하고 청정한 맛이었다. 찬찬히 곱씹으니 달콤하기까지 했다. 이에 더하는 우도 땅콩막걸리 한 잔, 그리고 바닷바람. 모든 것이 환상적이었다. 나는 종종 정말 맛있는 것을 먹으면 삶의 질이 올라간다는 생각을 하는데, 한 단계 아니 세 단계는 올라간 순간이었다. 아직도 잊지 못한다.


내가 여태껏 먹어온 해산물들은, 유통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신선도가 떨어지며 본연의 맛이 아니게 된 맛이었던 것이다. 정말 깨끗한 바다의 맛은 입에서부터 상큼함이 퍼져 온몸을 싱그럽게 만들어주었다. 당장이라도 물에 뛰어들어 수영을 하고 싶을 정도였다. 바닷가에 산다는 것은 이런 것을 늘 품고 산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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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근처에 살고 싶은 로망이 생겼다. 조금 걸어나가면 해녀의 집이 있는 그런 곳. 프리다이빙을 더 열심히 해서 언젠가 나도 직접 해삼을 따서 우리집으로 놀러온 지인들에게 선보이는 그런 할아버지가 되어야겠다. 나는 이런 상상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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