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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이 익어가는 향기에 목이 메었다

김훈 <밥벌이의 지겨움>

by 새벽창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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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밥통 속에서 밥이 익어가는 그 평화롭고 비린 향기에 나는 한평생 목이 메었다. 이 비애가 가족들을 한 울타리 안으로 불러 모으고 사람들을 거리로 내몰아 밥을 벌게 한다. (...) 이것이 밥이다. 이것이 진저리 나는 밥이라는 것이다. - 김훈 <밥벌이의 지겨움> -




어제 또 쌀을 안 씻어놓고 잤다. 이런 일이 요즘 일주일에 두 번 이상 반복된다. 우리집은 100% 현미밥을 먹기 때문에 최소한 6시간 이상 불리지 않으면 꺼끌거려서 먹기가 불편하다. 그런데 자꾸 잊어버리다 보니 이제는 3시간만 불려도 물 많이 잡고 그냥 취사 버튼을 누른다. 그래도 신기하게 밥이 먹을 만하게 된다. 그래서 오늘도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얼른 씻어서 물은 적량 이상으로 받아놓았다. 오전 10시쯤에는 밥을 먹을 수 있겠지. 김훈 작가님이 전기밥통 속 밥의 향을 '비릿하다'고 표현하신 것에 매우 공감한다. 특히 해놓은 밥이 담긴 밥솥의 뚜껑을 열면 그 향이 훅 올라온다. 나도 그 향에 목이 메인다. 밥벌이도 지겹고 밥하기도 지겹다. 코로나 이후 1년, 참 지겹게도 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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