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욱 <7막 7장>
유학 시절 소등 시간이 정해져 있는 기숙사에서 생활했던 홍정욱은 불이 꺼진 후에도 공부를 더 하기 위해 매일 밤 냄새나는 화장실을 찾았다. 화장실만 유일하게 24시간 불이 켜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곳에 쭈그리고 앉아 공부하다가 문득 창문을 열고 밤하늘에 빛나는 별들을 바라보며 집에 온 듯한 편안함을 느꼈다고 한다. 모두가 잠든 캄캄한 밤 홀로 깨어 나의 미래를 위해 정진하고 있는 오늘이 너무나 위대하고 찬란하게 느껴졌다고. 남들만큼 잠을 자지 못해서, 밀려드는 새벽잠을 떨쳐내기 어려워서 힘겨울 때마다 타국의 화장실에서 책을 펼쳐든 채 홀로 밤을 밝히던 10대 소년을 생각한다. 그러면서 나 자신을 다잡는다. 오늘도 포기하지 말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