깎아 주세요!

우리가 국제적 진상이 된 이유

by 채널나인

해마다 여름과 겨울이면 많은 학생과 기업에서 해외로 봉사활동을 나가게 된다. 학교에서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고, 기업에서는 대학생 해외봉사 프로그램 또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CSR의 일환으로 봉사활동을 나가는 경우도 많다. 보통 일주일 정도 시간을 내어서 다녀오기 때문에 가까운 동남아 지역을 선호하는 편이다. 물론 대기업 대학생 봉사단의 경우는 2주일의 프로그램으로 아프리카를 포함한 여러 국가로 파견을 보내기도 한다.


학교나 기업에서 국가를 선택해 직접 활동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은 NGO를 통해 필드를 정하고 활동 프로그램까지 협의하여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오고 가는 시간과 마지막 날 문화체험과 쇼핑을 제외하면 순수하게 봉사활동을 하는 날은 2~3일 정도 된다. 어찌보면 봉사활동 치고 너무 짧은거 아니냐고 할 수 있겠지만, 직접 현장을 보고 아이들을 만나는 것이 이들에게는 큰 충격이자 인생을 바꿀 수도 있는 경험이 될 수 있다.


참가자 중에는 해외에 처음 나오는 이들도 있기 때문에 문화체험은 힘든 봉사활동을 이겨내는 활력소가 된다. 특히 20대 청춘들에게 쇼핑은 결코 빼 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 된다.


모 대학 학생들과 인도네시아로 봉사활동을 떠났을 때의 일이다. 드디어 마지막날 그날이 오고야 말았다. 아이들은 기다렸다는 듯 쇼핑목록을 꺼냈고, 어느 제품을 한국보다 더 싸게 살 수 있는지, 얼만큼 살것인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재잘거렸다. 인도네시아에서 보다 저렴하게 쇼핑을 하기 위해서 아이들은 비장의 무기를 장착했다. 바로 애교! 기왕이면 영어보다는 인도네시아어로 깎아달라고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 같아서 현지 선교사님께 부탁을 드렸다.


친구 1 “깎아주세요가 인도네시아어로 뭐에요?”

선교사님 “@#@%”

친구 2 “많이 많이요”

선교사님 “@%#$#%”

친구 3 “저두요”

선교사님 “^&$^%#$”


이렇게 친구 1, 2, 3은 비장의 무기를 장착하고 쇼핑을 떠났고 1시간 뒤에 만나기로 했다. 1시간 뒤. 우리는 이 친구들이 작전에 성공했는지 무척 궁금했다. 그런데 예상외로 표정이 좋지 않은게 아닌가? 왜 그러느냐고 물어봤는데 사람들이 자꾸 자기들을 이상한 사람처럼 쳐다봤다고 뭐가 이상한지 모르겠다고 대답하네.


“선생님, 저희가 옷을 고르고 선생님이 가르쳐주신대로 깎아주세요, 많이 많이요, 저두요 이렇게 말했는데 저희를 불쌍한 아이처럼 쳐다보더라구요. 뭐가 잘못된 걸까요?”

“아.. 잠깐만.. 깎아주세요가 그 말이 아닌데...”

“네...?”


알고보니 선생님이 경상도 출신이시라 “깎아주세요”를 “까까주세요”로 잘못 들으시고 “과자주세요”의 인니어로 말씀하신 것이다. 생각해보시라. 생전 처음보는 외국인 세명이 들어와서 난데없이 과자주세요, 많이 많이요, 저두요 이랬으니 듣는 사람은 얼마나 황당했을까? 다행히 옷은 싸게 살 수 있었고 우리에게도 포복절도할 에피소드를 남겼으니 일석이조라고 할까.


친구들아, 그 때 산 옷 잘 입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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