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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솔로지클럽 Feb 21. 2023

삿포로 워크샵 3일차 : 스토리를 품은 도시

삿포로 시내 곳곳 가게에 숨어있는 스토리를 찾아서

거대한 스토리를 품은 도시, 
삿포로



3일차는 삿포로 시내를 위주로 돌아다니며 레퍼런스 투어를 하는 날이었다. 먼저 묵었던 호텔 체크아웃을 하고 숙소를 옮기기로 했다.

처음 묵었던 숙소는 접근성이 좋았던 삿포로 그랜드 호텔이었는데, 무려 1934년에 지어진 건물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숙소 키도 열쇠였다. 오래된 건물이지만 옛스러움을 멋지게 간직하고 운영하는게 자못 질투가 나서, 우리나라의 오래된 건축물들도 아예 부수어 신식으로 재건축하는 게 아니라 이런 식으로 개관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숙소에 짐을 옮겨두고 들른 '동구리' 빵집. 삿포로에서 유명한 체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대기업 프랜차이즈 말고는 로컬 빵집들이 체인으로 쭉쭉 뻗어나가는 경우를 많이 보지 못해서 빵집 체인이 왜 잘되는지 궁금했는데 일단 빵 종류가 어마어마하게 많고, 명란 계란샌드위치, 아보카도 빵처럼 요즘 세대가 좋아하는 빵과 베이직한 소보루, 단팥빵 같이 모든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빵도 포진해있었다.


빵 공장처럼 수많은 오븐과, 그게 뿜어내는 빵냄새, 그리고 손으로 그린듯한 귀여운 메뉴판. 1인 가구가 먹을 수 있는 분량으로 소분된 빵까지 파는 걸 보면서 소비자가 좋아하는 걸 명확히 아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홀린듯 내일 먹을 빵을 미리 사두고는 예약해둔 식당에 찾아갔다.


찾아간 식당의 이름은 '오다시 식당'. 스프커리 집인데 모든 재료를 홋카이도 산으로 공수해서 쓴다고 한다. 게다 하루에 딱 12그릇만 판다는데 안 가볼 수 없지. 


식당의 내부는 아주 조붓했다. 예약했다고 하니 자리로 안내해줬고, 메뉴는 스프커리 한 가지밖에 없고, 다양한 토핑을 추가할 수 있다.


사실 똑같은 감자라도 홋카이도에서 경작했다고하니 왠지 모르게 더 건강할 것 같고 (향토 재배가 주는 느낌 상) 맛있는 느낌을 받았다. 밥도 그냥 지은 게 아니라 차를 넣고 지었다고 하는데 약간 향긋하면서도 예쁜 색을 내서 풍미를 더해줬다.


더 재밌는 포인트는 먹다가 중간쯤 되면 연어포와 다시마를 준다는거다. 밥 위엔 연어포를 얹어주고, 카레 국물엔 다시마를 넣어주는데 그러면 맛이 한 번 트위스트 된다. 


가라쿠나 사무라이 카레 같은 공룡들과 싸우는 게 아니라, 자신만의 전략을 취해 재밌는 경험을 선사하는 오다시 식당. 삿포로에 다시 온다면 또 한 번 방문하고 싶은 집이다.



밥을 먹고는 현지 시메파페 문화를 다시 한 번 즐기기 위해 제일 유명한 곳 '커피, 파르페, 사케, 사토'에 방문했다. 유명한 곳 답게 줄을 서야했지만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금방 금방 줄이빠졌다.


가장 유명한 파르페인 라즈베리와 계절 한정 메뉴를 하나씩 시켜봤다. 


비주얼은 말할 것도 없고, 맛도 각 재료가 낼 수 있는 가장 최상의 맛이라고 하면 적절한 표현이 될 것 같다. 


제일 유명한 파르페는 라즈베리 소르베의 상큼함과 솔티드 캬라멜 아이스크림의 부드러운 스모키함이 아주 잘 어울렸고, 달달한 플로랑탱과 녹차 아이스크림의 꾸덕한 조화가 한데 어우러지는맛이었다.

계절 한정 메뉴가 조이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는데, 밤맛과 고구마 맛이 어우러져 환상적인겨울을 표현하는 맛이 났다. 특히 중간에 들어있는 고구마 말랭이가 쫀득 달콤하고 떡과 아이스크림의 조화가 천생연분이었다.


하지만 첫 날 갔던 나나카마도가 주는 만큼의 즐거움은 없다고 고요랑 말했는데, 그때 우리는 스토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나나카마도는 모든 메뉴에 이야기를 부여하고, 켜켜이이야기를 쌓아 추론하는 재미가 있었는데 '커피, 파르페, 사케, 사토'의 파르페는 확실히 예뻤고, 맛있었지만 끌어당기는 매력은 없었다.

다 먹고 나와서 한국인들은 꼭 가본다는 바리스타트 커피에 갔다. 아주 작고 협소해서 테이크아웃을 전문으로 하는 매장이었는데 라떼로 유명하다고 한다. 삿포로가 지역 차원에서 '우유'와 '감자/ 옥수수'등의 식품을 띄우는 브랜딩을 아주 잘해서 그 효과를 톡톡히 본 듯 싶었다. 커피가 아주 맛있진 않아서 더더욱 마케팅의 힘을 실감했다.


옮긴 숙소는 창가에 작은 테이블이 있어 하루를 정리하며 고요와 회고하기 좋은 곳이었다. 앉아서 실컷 우리의 2월을 회고하고는 저녁을 먹으러 나섰다.


저녁은 홋카이도의 또다른 명물, 징기스칸. 양고기 구이를 먹으러 나섰다. 스스키노 거리까지 지하도가 잘 연결되어있어 찬바람은 거의 맞지 않은 채로 니카상을 볼 수 있었다.


이 니카상이 삿포로의 또다른 명물인데, 위스키 회사의 광고판에 불과한 것에 사람들이 열광할 수도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형형색색 바뀌는 간판과 귀여운 캐릭터, 그리고 구구절절 광고하지 않고 심플하게 브랜드만 알리는 전략. 벤치마킹 포인트로 저장했다.


한참을 헤매 찾아간 양고기집. 사실 고깃집은 크게 편차가 날거라 생각지 않아서 유명한 곳 대신 현지인들이 많이 간다는 식당으로 갔다. 생 양고기를 처음 먹어봐서 한국에서 먹던 맛과 비교하긴 어려웠지만, 홋카이도에서만 양이 자라는 것도 아니고 양을 키우기 더 적합한 환경도 아닌데 양고기의 도시가 된 건 도시 브랜딩의 힘이라고 생각했다.


왜 유독 징기스칸이 유명한건지 궁금해서 찾아보니, 홋카이도의 역사는 100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아서 어떤 요리든 역사가 긴 편은 아니라고 한다. 유력한 설은 양털을 공급하기 위해 설치한 양 목장 때문에 양고기의 보급이 늘어났다는 이야기가 있다. 엄청난 스토리가 있는게 아닌데도 온 도시가 함께 '홋카이도에서 꼭 먹어 봐야 할 음식'으로 각인 시키는 힘의 비밀을 캐오고 싶었다.



술을 즐기지 않지만 삿포로에 왔으니 삿포로 맥주도 한 번 먹어봤다. 솔직히 무슨 맛이 어떻게 다른지는 모르겠다. 우리나라도 지역마다 양조장이 많이 생겼고, 특히 사과 맥주나 버터 맥주처럼 재미있는 트위스트가 많아졌으니 그런 것들을 연계해 홍보하면 좋겠다 싶었다.



숙소로 돌아와 야외 온천을 즐기고 숙소에서 준비해둔 홋카이도 바닐라 아이스크림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같은 아이스크림이라도 '홋카이도'가 붙으니 신선해보이고 (그 지역에서 나는 거니까) 맛있어보이는 기적을 체험한 삿포로 3일차.


이 눈으로 가득한 도시가 사실은 여기저기 스토리로 가득 채워져있다는 걸 실감했다. 어딜가도 지역의 이름이 붙은 특산물들이 있고, 볼거리가 있다. 관광 도시로 계획된 삿포로 시내는 생각보다도 더 배울 게 많았다.


4일차에는 여행사를 통해 일일 투어를 다녀왔다. 나무 하나로 만들어낸 관광지, 어떻게 해야 우리나라에 적용할까 많이 고민하고 온 시간이었다.


다음 회차도 많이 기대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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