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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솔로지클럽 Feb 16. 2023

삿포로 워크샵 2일차 : 논산만한 도시 '오타루'

유리공예와 치즈케이크, 어묵으로 사람들 마음을 사로잡은 도시가 되다.

오타루는 삿포로 역에서 4~50분 정도 기차를 타고 가면 만날 수 있는 지방 소도시다. 인구가 12만 정도라고 하니, 우리나라 논산시만한 인구 수라고 생각하면 된다. (실제 면적은 논산이 두 배 조금 더 넘는다.)


이 자그마한 도시에 '러브레터 촬영지'라는 수식어와, 르타오와 롯카테이(빵집)의 본점이 있는 곳, 꼭 먹어봐야 한다는 어묵집과 유리 공예당, 오르골당이 있는 곳이라는 끝없는 관광 스토리가 붙어있다니. 궁금한 마음을 안고 보러 갔다.


가는 길엔 기차 창 밖으로 끝없이 넓은 바다가 펼쳐진다. 바다를 이렇게 코 앞에서 기차 타고 본 기억은 없어서 새삼 그게 신기하기도 했고, 마치 증기기관차가 증기를 내뿜는 것 같은 소리를 내는 게 아날로그 감성을 건들여 좋았다.


오타루 역은 아주 작고 오래된 역이었다. 역사 안에 딱히 볼 거리가 없어서 바로 시내로 향해 음식을 먹으러 갔다. 오타루에는 청어잡이 중심지가 되는 도시었고, 청어는 오타루에서 가장 중요한 어종이었다고 한다.


청어는 봄의 전령사로, 청어가 잡히면 '봄이 왔구나'를 알려주는 지표인데 예전엔 바닷물 색이 죄다 은빛으로 바뀔만큼 청어가 많이 잡히는 도시였다고 한다.


이런 바다 도시에 왔으니 회/초밥 한 번 정도는 먹어줘야겠다는 생각에 현지 향토요리 집을 찾아가기로 했다.


관광객이 많이 오는 식당은 지양하는 게 이번 워크샵 '감각의 시간'의 목표였기에 관광객 리뷰가 거의 없는 식당에 가기로 했다. '향토요리 오오토미'라는 곳이었는데 항구 도시, 미스터 초밥왕의 답게 회의 선도가 엄청 좋았다.


텐동도 같이 시켜 곁들여 먹었는데 바삭하고, 야채에서 우러나오는 채즙과 튀김의 식감이 잘 어울려 먹는 맛이 있었다.


뱃속을 든든히 채우고는 골목 골목 곳곳을 구경하고 다녔다. 눈의 도시 답게 곳곳에 눈사람이 엄청나게 많았다. 이런 별 것 아닌 귀여움이 어른들의 마음 속 어딘가를 자극한다는 귀여운 사실.


지역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만드는 숏폼 영상과 이런 귀여움 거리를 마련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오타루 운하를 기대하고 가지만, 사실 명성에 비해 엄청나게 특별한 아름다움은 (내 기준) 아니었다. 상징적인 공간을 두는 것이 그렇게 중요하구나 싶었던 곳이다.


뒤로 보이는 창고들은 엄청나게 오래된 건물들인데 리모델링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삿포로 시내는 스카이 라인이 엄청 낮은 편이었는데 그게 주는 아날로그 향취 같은게 있었다.


저기서 유람선을 타고 돌아다니는 관광도 있고, 그걸 호객하는 호객꾼들도 있다. 


일본은 시내마다 자판기를 잘 해놓은 게 또 하나의 특징. 자판기에서만 살 수 있는 한정판 제품이 꽤 있어서 편의점이 많아도 자판기가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한다. 


여기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었다. 한국 지역들도 이렇게 부흥시키고 말겠다는 이상한 사명감까지 들었다.


관광객들이 필수로 방문하는 오르골 당. 발 디딜틈 없는 인파였다. 사실 그냥 오래된 건물에서 흔히 보이는 오르골을 파는 건데 향수를 자극해서 그럴까 사람들이 정말 정말 많았다.



오타루에서 또 하나 유명한 유리 공예품들. 사실 공장에서 만드는 것처럼 대부분의 가게에서 비슷한 것들을 팔지만, 어른들 마음 속에 깊숙이 자리한 귀여움 세포를 확실히 자극하는 맛이 있었다.


지독한 실용주의자 고요와 조이는 아무것도 사지 않았지만, 오히려 아래에서 보는 유리 공예 원데이 클래스 매력에 흠뻑 빠지고 말았다.


바로 오타루 유리당에서 진행하는 유리 만들기 클래스. 원하는 디자인과 색깔을 골라 유리 구슬을 만드는거다. 이 작은 유리 구슬 하나에도 '시즌 한정'이 붙어있고, 마치 눈을 만드는 것처럼 Snow flake라는 이름을 가진 흰 가루를 발라 만든다.


이런 스토리를 가진 경험이 우리 마음 속 오타루를 예쁜 유리구슬 하나로 기억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게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특히 클래스를 들으러 강의장에 찾아가는 게 아니라 가게 한 켠에서 직접 할 수 있고, 금방 끝난다는 것도 큰 매력.


구경을 마치고 나와 그 유명한 르타오 케이크도 먹었다. 시식 과자를 많이 준 덕에 많이 사오게 됐다. 먹어보니 맛있어서 살 수 밖에 없었던...과자 가게 시식 문화 매섭다 매서워.


르타오 케이크는 기본에 충실하고도 부드러운 맛이었고, 롯카테이는 비록 우리 입맛에 맞진 않았지만 마케팅과 브랜딩을 잘한 덕에 사람들의 줄이 끊이질 않았다.


딱히 오타루 지역에서 나는 특산품이라고 부르기도 어려운 이런 디저트들이 도시를 살리는 랜드마크가 된 게 신기하다.


이렇게 2일차 워크샵 레퍼런스 투어가 끝났다. 여러모로 배울거리, 볼 거리, 느낄 거리가 많은 시간들이었다.


워크샵을 떠날 때 부터, '여행'이 아닌 '감각'을 하고 오는 시간을 하자고 했는데 의식해서 그런지 더 많은 걸 느끼고 배웠다.


3일차에는 시내를 돌며 재밌는 식당들과 랜드마크를 돌아봤다. 3일차 후기에서도 많이 기대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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