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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솔로지클럽 Feb 08. 2023

삿포로 워크샵 1일차 : 시메파페를 아시나요?

지역상권 살리기/ 골목투어/ 삿포로의 문화를 찾아서.



워크샵 1일차,
파르페 문화에 반하다.

삿포로 워크샵은 원래 아침 비행기를 타고 인천에서 떠나는 일정이었다. 하지만 전일에 내린 폭설로 인천공항에서 비행기 연결이 지연됐고 예상치 못하게 비행기에서 노을지는 하늘을 바라볼 수 있었다. 애매한 시간대의 비행은 오랜만이라 오렌지빛 노을을 잠시 입 벌리고 감상했다.


지연된 시간 동안 인천공항에서의 우리는 아주 바빴다. 우선 중간 중간 클라이언트들의 업무를 더 완벽하게 처리하기 위해 필요한 작업들을 하느라 바빴고, 어느정도 업무를 마무리 하고서는 재밌는 놀잇거리를 찾아다니느라 바빴다.


아무래도 인천공항이 월드 베스트인 이유가 있다. 놀거리, 먹을거리, 재미까지 어느하나 놓치는 게 없었다. 


특히 라이엇 게임즈가 팝업 스토어를 하고 있었는데 역대 가본 팝업스토어 중 손에 꼽게 재밌었다. 게임월드로 가는 비행기 티켓에 각자의 닉네임을 새겨주고, 특정 구역을 가서 설명을 들으면 스탬프를 찍어주는데 스탬프끼리 모으면 캐릭터가 완성된다. 게임랜드로 떠나는 것과 여행을 떠나는 것을 절묘하게 엮어낸 좋은 팝업이었다.


한 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우리는 지연된 시간 동안 라이엇 게임즈가 운영하는 팝업스토어를 찾았고 각각 발로란테와 롤의 재미를 알아버렸다. 무슨 분장인지는 모르겠지만 거기 놓여있는 재킷과 모자를 쓰고 사진도 찍었다. 


비행기에선 앤솔로지 클럽 브런치에 올릴 1월 4주차 업무일기를 적었고, 남는 시간엔 고요가 가져온 책을 읽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보니 어느덧 삿포로에 도착.


워크샵 첫 날 일정은 원래 딜레이를 예상하고 계획했기 때문에 저녁을 먹고, 삿포로의 '시메파페' 문화를 즐기러 가기로 했다. (*삿포로에서의 식사는 관광객이 줄서지 않는 곳에서 현지인의 바이브를 느끼며 먹기로 했는데 첫 저녁 선택은 대참사 수준의 실패여서 길게 적지는 않겠다.)


시메파페란 술을 마시고 파르페로 마무리한다는 삿포로만의 독특한 문화다. 그래서 술집이 번화한 곳이면 새벽 늦게까지 하는 파르페 가게가 많고, 일부 파르페에는 알콜이 첨가되어있기도 하다.


한밤에 갈 수 있는 선택지가 술집이 아닌 파르페 집이라는 게 좋았고, 술을 잘 못하는 나와 고요는 저녁에 술 대신 눈으로도 예쁘고 입으로도 맛있는 디저트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이 파르페 문화가 아주 마음에 쏙 들었다.


특히 우리가 방문한 나나카마도는 재료의 맛을 예측할 수 없다는 점과 각 파르페마다 스토리가 있어서 시즌별로 바뀐다는 점이 아주 재밌었다. 


사진 상 왼쪽에 있는 낮은 잔에 담긴 파르페는 약간의 도수가 있다. 겨울의 나뭇가지와 겨울을 형상화한 파르페로,  안에 사케 샤베트도 들어있다. 위에 올린 장식들도 다 직접 구워낸 과자들이다. 나뭇가지 모양도, 말린 나무껍질 모양도. 그리고 벽면에 붙어있는 시트러스 느낌의 과일도 다 직접 청으로 절이거나 말려낸 것들만 활용한다.


오른쪽의 파르페는 'Return of happiness'라는 이름을 지녔다. 팥과 깨, 그리고 말차로 맛을 낸 전통적인 파르페인데 집나갔던 행복도 돌아오게 만드는 맛있는 맛이었다. 쿠크다스 같은 랑그드샤 과자도 직접 굽는 것 같았는데 바삭하고 담백했다. 베스트 메뉴였던 이유가 있다.


나나카마도는 파르페를 시키면 뒤에 살짝 보이는 종이처럼 스토리가 담긴 엽서를 준다. 들어있는 재료와 이 파르페의 이름이 적혀있다. 현지에서 유명한 파르페, 커피, 술, 사토도 가보았는데 먹는 재미와 스토리 측면에서 나나카마도가 압승이었다.


시즌마다 볼거리를 주는 디저트가 나오는 곳, 저녁에 술 대신 파르페를 먹는 문화가 있는 도시. 우리나라의 지역 소도시도 이런 볼거리와 문화가 많을테니 찾아서 발굴하고 알려야겠다.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의 특성을 활용한 눈축제 덕에 전세계인이 사랑하는 겨울 도시가 된 삿포로. 고요와 일본 여행은 벌써 세 번째인데 그때마다 느끼는 건 일본의 지역 균형 발전엔 '스토리'가 있다는 점이다. 교토의 작은 마을 아라시야마는 대나무숲과 조붓한 사찰들로, 눈의 도시 삿포로는 눈 덮인 정경과 저녁 문화들로.


워크샵 1일차는 사실 발만 담그는 짧은 시간을 보냈다. 한국의 지역들을 더 발전시키기 위해선 뭘 하면 좋을지, 관광객의 입장에서 바라본 지역 관광은 어떤건지 살펴봤던 우리의 남은 여행기도 많이 기대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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