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다들 어떻게 보내셨나요?
상반기 한줄 요약 :
쉽게만 살아가면 재미없어 빙고
벌써 퇴사를 하고 독립을 선언한 지 1년. 시간이 벌써 이렇게나 됐나 싶으면서도, 그 시간동안 우리가 했던 정말 많은 시도와 실패와 시도와 실패가 떠올라 눈가가 촉촉해지기도 했다...(아님)
이번주에 잠시나마 업무 빈틈이 생겨 우리가 진짜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 돌아보고, 지난 발걸음이 어땠는지도 얘기해봤다.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을만큼 힘든 시간들이었지만 그래도 그 덕분에 정말 많이 배우고 성장하긴 했다.
그토록 치열했던 우리의 상반기가 어땠는지 결산으로 쭉 돌아보면 또 감회가 새로울 것 같아 돌아본다. 과연 어땠을까!
1월 : 밀려드는 일의 파도 속에서 정신 못차리며 헤엄치기
1월엔 홈페이지 외주 제작 여러건, 브랜드 상자 감리/제작, 목업 오케이션 컨셉 기획/ 촬영이 있었다. 지금 돌아보니 목업오케이션 업무 정도는 뒤로 밀어두었어도 괜찮았을 것 같은데 잠시라도 쉴틈이 있거나 우리가 하기로 한 것들을 못하게 되는게 그렇게 조바심이 났었나보다.
외주 업무 스케줄이 촘촘하다 못해 그냥 꽉 차게 흘러 넘치게 되면서 일상에 여유가 깃들 틈이 없이 정말 소처럼 일만하게 되었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서 그런 자신에게 생각보다도 더 쉽게 익숙해져버리곤 한다. 이때의 고요와 조이에게 야근, 명절 반납은 당연한 일처럼 느껴졌었다.
물론 회사를 다니다보면 누구나 시즌성으로 바빠지는 때가 있으니 이 시기도 그런 때중에 하나라고 보면 전혀 이상할 것이 없지만, 우리는 이때 쉼표를 스스로 찍지 못하면 영원히 이렇게 일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꼈던 것 같다. 우리 둘의 성향 상 계속 이렇게 누군가의 업무를 맡아서 한다면 200%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내고 싶고, 빨리 끝내고 싶어 스스로를 갈아넣고 말거라는 게 자명했으니까.
이 시기에 우리를 위한 보상으로 삿포로 워크샵을 다녀오고, 의도적인 휴식시간을 만들고,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우리의 우선순위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해보게 됐다. 외주로 미래를 어디까지 그려야하는건지 의문이 들었다.
외주는 결국 우리의 단가가 높아질 뿐이지 남의 업무를 해주어야만 수익이 들어오는 구조였으니까. 결코 그 업무가 즐겁지 않다거나, 적성에 안 맞다고 생각한 건 아니다.
다만 본질적으로 우리가 꿈꾸는 미래에 대해 생각해보자면 너무 바빠서 휴일이 없는 삶보단 조금 심심하더라도 여유가 있는 삶이 좋았다.
2월 : 지원사업에 도전하다
2월에도 역시 홈페이지 외주 제작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우리의 사업 아이템으로 지원 사업에 도전해봤다. (결과는 아쉽게도 낙선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지원사업 서류에 관해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
한글과 컴퓨터와 친해져야 했던 2월. 동시 편집이 가능하고 자동 저장이 되는 구글 독스를 두고 왜 한컴을 써야하는지 정말 알 수 없지만...한컴도 나름 노력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던 2월이었다. 그래서 특별히 애증이라고 불러준다.
2월엔 외주 업무를 처리하면서 동시에 지원 사업 스케줄을 어떻게 관리할지도 배웠고, 합격하는 서비스가 되기 위해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타사 사례를 보며 많이 참고할 수 있었다.
떨어졌기에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준비되지 않은 채로 합격의 행운을 거머쥐었다면 배우지 못했을 것들. 잠시 슬펐지만 오히려 좋아 마인드로 극복.
3월 : 외주 업무의 한계를 맛보다
3월엔 규모가 큰 외주 건이 하나 들어온 덕에 우리 마음에 큰 안정을 줬다. 더불어 홈페이지 외주도 안정적으로 들어왔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외주들 덕분에 우리는 우리의 서비스를 만드는 것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무슨 서비스를 하게 될지 모르지만, 우리만의 서비스를 만들고 싶어졌다. 그래서 3월부터는 우리의 서비스가 좀 더 실체있는 게 되어야겠다고 막연히 생각하며 될 때 마다 인사이트 회의를 했다. 좋은 책, 인터뷰, 비즈니스 사례들을 보면서 우리에게 적용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나섰다.
서비스를 만든다는 건 아직 세상에 없어 꼭 '필요'한 것들 중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내야하는 거였고, 정답을 빨리 알고 싶어 안달이 났다.
하지만 정답은 그리 쉽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3월은 그렇게 외주 일정과 인사이트 회의, 서비스 설계 시작을 하며 지나갔다.
올해 상반기의 가장 중요한 모먼트를 꼽아보자면 올 3월이었던 것 같다. 이때 우리가 외주가 잘 들어오니 계속해서 이 파이를 키워나갔으면 좋겠다고 협의했다면 아마 지금쯤 에이전시로 몸집을 키우는 방향성을 엄청나게 고민하고 있었을테니까.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성향을 너무도 잘 알았고, 정말 많은 선배들의 발자취를 공부한 상태였다. 우리에게 있어서 중요한 건 우리가 진짜 뛰어놀만큼 재밌게 할 일을 찾는거였다. 그리고 그 일은 꼭 우리의 것이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었다. 욕심이 많다고도 볼 수 있겠지.
그리고 우리가 둘의 규모라는 것도 큰 포인트였다. 사람을 늘리고, 회사의 외연을 마구 확장해나가는 건 물음표였다. 사람이 늘어난다는 건 아이덴티티가 희석된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고요와 조이는 생각보다 더 자주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매순간 그걸 입밖으로 꺼내고, 얘기하고, 맞추어나간다. 그게 우리의 가장 좋은 DNA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우리가 재미없다고 느끼는 순간에 STOP을 외칠 수 있는 규모가 중요했다.
4월 : 서비스 준비를 시작하다
4월부터는 본격적으로 들어온 외주까지만 작업을 하고, 그 외 모든 외주를 거절하며 우리의 서비스 준비에 몰두하기로 했다.
처음 기획한 서비스는 액티브 시니어를 위한 서비스였다. 우리들의 엄마가 겪는 어려움에서 착안해 그걸 해결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다.
타깃 연령인 주변 지인들에게 전화 설문을 돌려서 필요한 서비스가 있었는지, 우리가 기획하는 상품은 어떤거 같은지 아이디어의 적합성을 물어봤다.
서점에 가서 관련한 모든 서적을 훑어보고 다른 나라에서 잘하고 있는 서비스가 있는지 레퍼런스도 찾아봤다. 아이디어는 우리끼리 책상에서 회의한다고 되는게 아니었다.
점점 아이템이 뾰족해져가면서 여러 지원 사업 서류도 써봤다. 이번엔 도표도 멋지게 넣고, 수치화한 자료들도 넣었다. 하지만 지원 사업은 예창패가 아닌 이상 실적이 필요했기 때문에 사실상 당선되긴 어려울 것 같았다. 쉽지 않은 4월이었다.
5월 : 빠른 피봇을 결심하다
5월엔 서비스의 회사 소개서, 홈페이지, 로고, 상표권까지 모두 등록을 마치고 나서 타깃 연령에게 첫 제품 관련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그 전에도 설문조사를 진행하긴 했었지만, 구체적인 아이템을 정하고 구매 의향이 있는 가격대까지 물어본 건 처음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다.
"이거, 얼마나 지속성 있을까?"
액티브 시니어를 위한 새로운 커머스를 기획했지만, 하나의 제품을 소개할 때 들어가는 공수가 제법 크고 그것 대비 객단가가 너무 낮은게 모델의 핵심적 난관이었다.
우리는 돈 많이 벌기 위해 엑싯이 하고 싶은 애들인데! 이렇게 하나하나 공수가 들고 객단가가 낮다면 지속성이 있는걸까? 설문 결과를 받아보고 런칭을 준비하다가 고요와 조이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서비스, 이런 마음으로 이렇게 해도 되는걸까?
사실 강행을 했다고 해도 잃을 건 없었을거다. 하지만 그때 우리는 스톱을 결정했다. 우리가 진짜로 이걸 행복해서 하는거면 몰라도 진짜 우리다운 게 아니라 그냥 돈 벌자고 하는거라면 이게 우리가 오래도록 지속력있게 할 수 있는 모델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차라리 우리가 진짜 잘 아는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는게 더 빠르지 않겠냐는 얘기를 하다가 서비스 아이데이션 할 때 떠올렸던 두 번째 아이템을 끄집어냈다.
린하게 시작하기 좋은 아이템이라는 생각이 들어 바로 그 길로 시장조사를 떠났다. 관련 업계 종사자들을 인터뷰하고 필요성을 확인한 후 개발에 착수했다.
문제는 우리가 개발자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서비스에는 필터 기능이 필수였기 때문에 익숙한 아임웹을 떠나 워드프레스를 배워나가야 했다. 그렇게 워드프레스 지옥에 빠져 404에러와 씨름하는 나날을 보냈다. 그렇게 5월이 흘러갔다.
6월 : 브랜드 런칭을 준비하다
본격적인 서비스 런칭을 준비하고 있었다. 인터넷 세상에 글을 올려준 수많은 천재 개발자들 덕분에 워드프레스 세상을 알음알음 탐방해가며 홈페이지 꼴을 거의 갖춘 그 때, 우리에게 아주 아주 아주 매력적인 제안이 들어왔다.
국내 최대 네컷사진 제조 기기 공장 대표님으로부터 함께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제안이었다. 우리가 좋아하고 자신있는 분야였기 때문에 냉큼 미팅을 하고, 협업을 하게 됐다.
경쟁력있는 네컷 사진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시장에 나와있는 경쟁사들을 전부 가서 직접 찍어보며 분석하고, 공장에 가서 하드웨어 개발에 참여했다. 또, 혁신적인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해 오래도록 해당 분야에서 일한 전문가분과 협업하여 작업을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제안이었지만 너무 매력적인 기회고 놓칠 수 없었다. 그러다보니 서비스의 런칭은 자연스레 밀리게 됐다.
고요와 많이 얘기해봤다. 어떤게 우선순위고, 우리가 이걸로 이루고 싶은 꿈이 뭔지. 같이 만다라트를 그리며 미래를 얘기하고 충분히 토론한 끝에 우리는 일단 아우라픽의 성공을 먼저 해내는 게 우리에게 온 기회를 붙잡는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인생에 다양한 기회가 찾아오는데, 물론 진득하게 하다보면 모든 기회가 빛을 발하겠지만, 때론 당연히 더 큰 기회가 있는 법 아닐까? 그리고 우리에게 있어서 그 기회는 지금인 것 같았다.
그리고 뭐가 됐든 서비스 하나의 성공에 우리의 모든 미래를 걸 것처럼 행동하지 않기로 했다. 열심히 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일확천금을 노리지 않겠다는거다. 우리가 4~5월 서비스 준비하며 마음만 괜히 바쁘고 힘들었던게 이 일확천금을 노리는 심리 때문이었던 것 같다.
우리가 준비했던 서비스는 세상을 바꾸고, 누군가의 문제를 해결해주고 싶은 것보다도 돈을 벌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그러다보니 우선 순위 가치가 계속 바뀌었고, 무엇이든 서비스가 성장할 것 같으면 괜찮아보였다.
6월의 우리는 비로소 서비스로 엑싯해서 부자되자는 마음을 떠나보내고, 진짜 우리가 좋아하는 일을 하자로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
이 마음을 되찾기 까지 꼬박 2개월이 걸렸다. 상반기 결산을 하는 건 이 마음을 잊고 싶지 않아서기도 하다.
앞으로 우리가 무슨일을 해나간대도 이 마음을 잊고 싶지 않다. 우리는 재밌는 일, 재밌게 하고 싶어서, 둘이서 깔깔거리고 웃는게 좋아서 퇴사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든 회사 밖에서 생존할 수 있는 걸 증명해냈고, 앞으로도 그럴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에게 제일 잘 맞는 방법을 찾고 싶어서 헤멜지라도.
순간순간 사랑하고, 더 많이 행복한 인생을 가꿔나가고 싶다. 하반기에는 더 멋지게, 이 간단한 명제를 잊지 않으며 해내고 싶다.
우리의 하반기엔 어떤 성장과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을까? 또 우린 어떤 헛스윙과 어떤 홈런을 만들어낼까. 너무나 기대된다. 늘 짜릿한 우리의 일상을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