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르 파티? 즐거우면 파티!

우리 팀 이야기 /w music

by 강재훈
IT회사 마케팅팀. 우리의 이야기를 음악과 함께 꾸며봅니다.


한강 야유회의

2022년 4월 말, 우리 팀이 속한 사업본부가 여의도로 사무실을 옮겼다. 때문에 출퇴근 거리가 멀어져 힘들어졌고, 본사에서 근무할 때처럼 구내식당을 더 이상 이용할 수 없었기에 전국 최고 수준의 음식값임에도 점심시간에 줄을 서야만 했다. 그렇게 한 달 동안 적응기를 보낸 우리 팀은 본격적으로 여의도의 장점을 누리기 시작했다. 그 첫 번째가 한강공원에서의 야유회의이다.

2022년 5월 24일 여의도한강공원

매주 목요일 오후 4시에 우리 마케팅팀의 정기 주간회의가 있는데, 한창 좋은 날씨를 보이던 5월을 그냥 보낼 수 없어 나는 야유회와 회의를 겸한 야유회의를 제안했다. 그리고 봄 날씨와 한강에 어울리는 빨강, 파랑, 노랑의 원색적 드레스코드를 제시했다. 드디어 그 날 오후, 우리는 한강공원으로 이동하면서 몇 가지 소품을 빌리고 치킨처럼 가벼운 배달음식을 주문했다. 그리고 알록달록한 옷색깔이 마냥 잘 어울리게 테이블에 둘러앉아 맛있게 먹으며 회의를 했다. 솔직히 말해 회의스런 대화는 없었다. 푸른 하늘과 강, 구름, 그리고 녹색의 잔디가 있는 이곳에서 브레인스토밍을 한다면 모를까 딱딱한 업무 회의를 했다면 아마 팀원들에 대한 기망행위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렇게 우리는 여의도 생활의 불편한 것들에 대한 보상으로 회의가 아닌 한강공원에서의 여유로운 잡담을 즐겼다.


Team Bonding Time

2022년 8월, 우리는 여전히 코로나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여름을 보내고 있었다. 덥고 습한 날씨는 여름휴가를 다녀온 사람도 그러지 못한 사람도 지치게 만들고 있었는데 이럴 때일수록 기분을 전환할 무언가를 스스로 찾아야만 했다. 게다가 우리는 올해 들어 한 번도 회식을 하지 못했다. 지난 한강 나들이가 유일한 모임이었으니까. 이유는 코로나 팬데믹.

함께 하트를 만들며 더욱 끈적거린 우리

그래서 우리는 빵빵한 에어컨으로 땀의 끈적임을 지우는 대신 우리 팀끼리 끈적끈적해지는 'Team Bonding Time'을 열었다. 조그만 파티룸을 빌려 풍선으로 꾸민 후 팀 막내인 두 주임이 준비한 레크리에이션으로 즐거움을 나눴다. 진행이 서툴면 어떤가? 팀을 나눠 퀴즈를 풀면서 흥분한 목소리로 옥신각신 열띈 시간을 보내며 흡사 대학시절 MT를 온 듯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놀았으면 먹어야지. 참치회와 와인을 즐기면서 이어진 수다의 시간. 이후 평소 댄스를 즐기는 은선의 제안으로 동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인스타그램 릴스 영상을 만들겠단다. 우리는 감독의 지시에 따라 이런저런 포즈와 춤으로 왁자지껄 큰 웃음을 나누며 영상의 재료들을 만들어갔다.

사실 'Bonding time'은 엄마와 아기가 스킨십을 통해 더 가까워지는 시간을 의미한다.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우리 팀원들이 더욱 친밀해져서 함께 직장 생활하는 시간들이 더 즐거워지길 바라는 마음에 이 말을 가져다 썼다. 본드처럼 쫙 달라붙진 못하겠지만 끈끈한 그들의 동료애가 잘 놀고 잘 먹고 일도 잘하는 우리 팀을 만들 테니까.


그러고 보면 기업의 회식 문화가 참 많이 변했다. 20여 년 넘게 기업에서 생활해오면서 수도 없이 회식을 경험했는데, 코로나 이후로 거의 회식을 하지 못하면서 직장인들의 의식도 이에 맞춰져 가는 것으로 보인다. 완전한 엔데믹이 되면 다시 회식이 늘어나겠지만 그 방식은 분명 달라져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모이면 어디든 먹고 마시며 즐기기 마련이지만, 직장이라는 명확한 목적으로 모인 집단에서 굳이 불편할 수도 있는 식사, 또는 파티 시간을 가지는 이유가 뭘까? 회식의 유래를 찾아보았다. 정설은 없지만 회식이라는 말이 공식적으로 등장하는 문헌은 사마천의《사기》 회음후열전(淮陰侯列傳)이다. 기원전 204년, 한나라 한신이 이끄는 3만 명과 항우의 편에 서있던 조나라의 20만 대군이 맞붙은 정형전투가 벌어졌다. 이 전투에서 한신은 조나라 20만 대군을 격파하면서 ‘전쟁의 신’이라는 호칭을 얻었는데 이 전투가 시작되기 직전 한신이 군사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今日破趙會食(금일파조회식)". 오늘 조나라를 쳐부수고 모여서 식사하자는 의미인데, 군사들의 결속력을 다지면서 사기를 높이기 위해 한신이 한 말일 것이다. 그리고 그 힘으로 조나라를 격파한 것이다. 이 시대 한국기업문화의 회식도 의미가 비슷하다. 기업은 직원들에게 목표를 제시하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팀워크, 즉 조직력을 강조한다. 그리고 한신처럼 리더들이 조직력을 강화하면서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의지를 높이는 활동이 회식인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회식은 직급이 낮은 직원들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모습으로 많이 변질되어왔다. 회식의 주인공이 가장 직급이 높은 부서장에게 맞춰졌기 때문이다. 아울러 후유증을 남기는 술, 모두가 즐길 수는 없는 노래방이 회식의 불편함을 가중시켜왔다.

물론 회식 때 노래방을 즐기는 사람도 많았다. 노래를 잘하거나 춤을 잘 추는 사람들이다. 둘 다 못한다면 탬버린이라도 잘 치면 되었고... 어쨌든 회식 때 노래방은 카오스 그 자체였으니 피하지 못한다면 미친 척 어울리는 것이 나았다. 문득 회식 때 많이 부르고 듣던 노래가 떠오른다.


아름다운 밤
울랄라세션 - 아름다운 밤

이 곡은 울랄라세션을 대표하는 펑크록으로 가사도 장르만큼이나 펑크스럽다.


눈 딱 감고 말야 후딱 마저 놀자

너나 나나 이제 시작이야

오늘 밤은 영영, 오지 않아 정녕

지금 당장 전화 걸어

엄마에게 늦는다고 친구네 집이라고

배터리 없다고 전화기 끄라고


뮤직비디오는 결혼식에서 마음에 든 여성을 만나 밤새 파티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가사는 상황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만약 회식 때 누군가 이 노래를 불렀다면? 밤새 놀다가 바로 회사로 출근하자는 것일까?



아모르 파티
김연자 - 아모르 파티

우리 아버지 최애 가수, 김연자 님의 아모르 파티는 EDM과 악기 연주 소리가 기막히게 잘 어울리는 멋진 곡이다. 회식 때 노래방에 가면 남녀노소 모두가 즐겁게 떼창으로 불렀던 기억이 나는데 노래가 끝난 후 아모르파티가 무슨 파티냐 묻는 사람도 있었다.

아모르 파티는 라틴어 amor fati이다. '운명의 사랑', '운명에 대한 사랑'으로 번역할 수 있는데, 19세기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Nietzsche)의 저서에서 비롯된 말이다. 니체는 상실이나 고통 등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인데, 이를 회피하거나 운명을 포기하거나 두려워하는 대신 능동적으로 대하여 적극적인 삶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므로 이 곡은 니체의 철학 전반의 배경이 되는 아모르 파티를 노래한 것이다. 신나는 리듬과 박자가 니체의 메시지를 잘 표현하는 것 같지 않은가?



Pool Party
브레이브걸스 - Pool Party

진짜 파티는 내가 사랑하는 걸그룹 브레이브걸스의 'Pool Party'에서 열린다. 2021년 6월에 발표된 곡으로 여름을 앞두고 발표한 앨범 'Summer Queen'의 수록곡이다. 나는 앨범의 타이틀곡인 '치맛바람'보다 이 곡을 더 좋아한다. 풀파티라는 트렌드를 담은 시티팝으로 여름밤에 듣기 딱 좋은 곡. 그리고 내가 브레이브걸스를 좋아하는 이유는 이 곡과 '운전만 해'가 내 취향에 맞는 시티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운전만 해'의 경우 직접 드럼으로 커버하기도 했었다.


운전만 해
브레이브걸스 - 운전만 해 드럼 커버 by me

드럼 연습실에서 다른 장비 없이 폰으로 찍은 영상이라 모든 것이 허접하다. 그냥 즐겁게 연주했으니 이쁘게 봐주시길... (나는 유투버도 아니다)


즐거운 우리 팀
2022년 9월, 점심시간 커피 사들고 한 컷. 즐거우면 그게 곧 파티.

파티 이야기가 좀 길었다. 다시 우리 팀을 보자. 우리 팀원들은 모두 일을 잘한다. 게다가 성실하고 책임감도 확실해 칭찬을 많이 받는다. 그래서 충분히 자랑할 만하다. 그렇지만 내가 가장 자랑하고 싶은 것은 그들의 선하고 밝은 성격과 넘치는 에너지가 주는 즐거움이다. 함께 나눌 수 있는 '거리'만 있다면 허름한 식당이든 길거리든 우리에게 즐거운 파티장이 된다. 일터가 즐거우면 파티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 팀원들을 통해 배웠다. 아모르 파티든 풀 파티든 일터는 즐거워야 한다.


코로나 이후 회식은 많이 줄었고, 노래방 갈 일은 더 줄었다. 바야흐로 회식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 팀장들은 정신 차리고 파티를 기획해야 할 때다. Let's par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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