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영화 <마더>와 램브란트의 손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마더>의 오프닝 시퀀스

by 연사백

2023년 1월 11일(수) tvN 채널의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국민엄마 김혜자 선생님께서 출연하셨다.

출처 : 유 퀴즈 온 더 블럭, tvN

방송에서는 50년을 넘게 활동한 배우의 작품 기록과 담담하고 때로는 순수하게 본인의 인생에 대해 말씀해 주셨는데, 김혜자 선생님의 작품 중 봉준호 감독님과 하셨던 영화 <마더>가 이 영화를 소재로 대학생 시절 쓴 리포트 때문에 좋은 평가를 받은 적이 있어 특히 기억에 남는다.


내가 다녔던 학교는 기독교 미션스쿨이다. 당시에는 마음에도 없던 기독교 수업을 들어야 해서 곤욕이었지만,

오히려 어쩔 수 없이 들었던 기독교 예술에 관련된 수업만은 생각지도 못하게 내 생각을 넓혀준 것 같아서 좋았다. 그 수업 리포트에서 나는 램브란트의 작품 중 하나인 <탕자의 귀향, The Return of the Prodigal Son>과 봉준호 감독님의 <마더>를 비교했다.


오늘 쓰는 글은 이미 많은 분들이 영화 <마더>에서 봉준호 감독님의 메타포를 찾고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리뷰해 주신 것과는 달리 내가 당시에 썼던 리포트를 떠올리며 썼던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 장면만을 토대로 쓰려고 한다.




본 글에는 영화 <마더>에 대한 스포가 있습니다.

mother.jpg 출처 : 마더(2009), CJ엔터테인먼트

<마더>는 봉준호 감독님이 오대산 국립공원 주차장에 세워진 관광버스가 심하게 흔들려 봤더니, 관광객 아주머니들이 목적지에 도착했음에도 흥에 겨워 버스 안에서 계속 춤을 추시던 장면이 잊히지 않았고,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영화다. 영화 엔딩 장면에서 표현된 그 장면에 수많은 영화평론가들이 입을 모아 칭찬했지만, 내가 영화를 보고 충격적이었던 장면은 다시금 영화를 앞으로 돌려서 본 오프닝 시퀀스의 풀밭에서 김혜자 선생님께서 홀로 춤을 추고 난 뒤 타이틀이 나오는 장면이었다.


오프닝 장면에서는 스산한 풀밭에서 외롭게 춤을 추던 김혜자 선생님은 부끄러운 듯, 체념한 듯한 눈으로 카메라를(영화를 보는 청자를) 바라보며 왼손을 자기 옷 속으로 감췄다.



기독교 예술 수업에서 배웠던 것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손의 의미다.

성경에서 손은 하나님의 권위와 힘을 상징하기도 하며, 누군가의 몸에 얹어 구원을 상징하기도 하고, 특히 인간을 만들 때 손으로 '빚어서' 만드시는 등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특히 오른손은 '강함', '올바른', '하나님의 자애로움' 등을 상징하며, 왼손은 '약함', '그릇된' 것을 상징한다.


당시 시대를 관통했던 성경 중심의 문화에서 램브란트 역시 손의 의미를 잘 알았을 것이다.

prodigal.png 탕자의 귀향, 램브란트

램브란트의 탕자의 귀향은 방탕한 삶을 살다 모든 것을 잃고 고향으로 돌아온 아들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아버지(하나님)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hand.png 탕자의 귀향, 램브란트

아버지의 두 손은 모양과 크기가 다른데 오른손은 가늘고 긴 여성의 손인 반면 왼손은 거칠고 투박한 손으로 묘사하고 있다.

램브란트는 방탕하게 산 죄를 짓고 돌아온 아들에게 양손을 써서 위로하고 용서하는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생각한다.




<마더>는 '엄마'라는 단어가 가지는 따스한 의미 건너편에 있는 감정, 그릇되고 맹목적인 사랑에 주목하고 있는 영화다.

특히 영화 내내 아들과의 관계를 초월하여 이성적인 사랑과 아들에 대한 사랑을 미묘하게 넘나드는 듯한 대사와 연출에서 한 여자로서 차마 말하기 어려운 부끄러운 감정을 이미 영화 초입에 왼손을 감춤으로써 표현하고 시작했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지 않을까?

mother.png 출처 : 마더(2009),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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