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실내 자전거를 구입하다
엄마 말 때문이었을까. ‘김희애가 도대체 얼마나 날씬하기에 그런 거야?’하고 인터넷에서 이런 저런 글을 찾아보다가, 그녀가 매일 새벽에 실내 자전거를 1시간씩 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는 에라이 모르겠다 하고 그만 실내 자전거를 질러 버렸다. 무려 18만원이나 하는데 말이다. 일주일에 며칠씩 야근하며 죽어라 일하면 뭐하나. 차곡차곡 돈 모아서 아이슬란드에 오로라 보러 가겠다는 당찬 꿈은 이런 충동적 소비로 점점 멀어지고 만다.
퇴근 하고 집에 와 보니 전날 주문한 실내자전거가 기다란 박스로 벌써 배달되었다. 나는 택배를 사랑한다. 그렇다고 내가 택배 시스템을 좋아한다는 건 아니다. 사실 택배란 너무 많은 쓰레기를 만들어내고, 또 요즘에 바삐 움직이는 택배 기사님들은 봉지 하나에 겨우 몇 천원을 벌기 위해 이리저리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지 않는가. 사고가 난다고 해도 제대로 보험 처리도 못받는다고 들었다. 그렇지만 뭔가를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택배가 언제 올지 기다려지고, 그 기다림은 곧 설레임으로 뒤바뀐다. 내 지갑에서 내 돈 내고 산 것인데도, 택배는 마치 선물을 받는 것같은 기분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도착할 때, 칙칙한 현관문 앞에 놓인 택배 봉지나 상자는 그날의 나를 반갑게 맞이해주는 귀한 손님이다.
상자가 길고 커서 뜯기도 어려웠지만, 뜯고 나니 더 난감하다. 철컹거리는 쇳덩이로 만들어진 실내 자전거의 부속품들. 과연 내가 이걸 다 조립할 수 있을까? 그렇지만 이런 걸 조립하는 게 또 싫지는 않은지라, 가만히 설명서를 들여다보면서 자전거를 조립해본다. 역시나, 꼭 두어 번은 틀려서 다시 조립해야 한다. 지난 번에 작은 책꽂이를 구입했을 때도 결국 뒷판을 뒤집어 달아서 다시 뜯고 붙여야 했다. 매번 이런 실수가 한 두 번은 발생한다. 두 시간쯤 걸렸을까. 어찌어찌해서 실내 자전거가 완성되었다. 사람들은 여자 혼자 살면서 어떻게 이걸 다 하느냐고 하지만, 여자라고 해서 하지 못할 법이란 또 없다. 닥치면 다 하게 되어 있다. 오히려 천장 등을 갈거나 실내 자전거 조립을 위해 남편을 얻어야 한다면, 그 남편이 너무 불쌍하지 않은가!
내가 사는 집은 방 한 칸, 부엌과 연결되어 있는 마루, 이렇게 딱 두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미국식으로 말하자면, 원베드룸인 셈이다. 마루 한 가운데 TV를 바라볼 수 있게 실내 자전거를 놓고 보니, 이제 앉을 자리조차 없다. 사실 운동기구 구매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예전에 한참 잘 나가던 헬스 트레이너가 TV홈쇼핑에서 선전하는 것을 보고 혹해서 구입한 스쿼시 기기가 이미 한쪽 구석에 처박혀 있다. 또, 크기는 작지만, 엎드려서 밀고 당기다보면 뱃살을 확 줄여준다는 슬라이드도 있다. 그뿐인가. 아령도 있고, 줄넘기도 있으며, 짐볼도 있다. 다들 구입해놓고 한 두 번 사용하다가 만 것들이다. 그리고 여전히 나는 뚱뚱하다. 실내 자전거를 배치하며, ‘아예 러닝머신을 들여놓아 동네 헬스장으로 만들까?’라는 어처구니 없는 생각으로 피식 웃었다.
조립을 했으니 한 번 타보았다. 한 시간 쯤이야 나도 하겠지, 라고 생각했던 게 오산이었다. 기어를 2단계로 해서 쉽게 발을 구를 수 있게 했는데도, 죽어라 해 보니 겨우 15분이 지났다. 다리가 후들거려 도저히 더이상은 할 수가 없다. 액정을 보니, 칼로리가 200 칼로리 정도 빠져나갔단다. 아니, 김희애는 그 야리야리한 몸으로 어떻게 한 시간을 탄다는 거지? 목이 말라, 냉장고에서 하드를 하나 꺼내 먹었다. 순간 봉지에서 발견한 숫자, 156칼로리. 먹는 데 3분 밖에 걸리지 않았는데, 칼로리 흡수는 순식간이다.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200-156=44. 오늘 44칼로리를 뺐다. 하하하. 살도 뺐는데, 오늘 밤엔 야식으로 순대라도 시켜 먹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