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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ti PostModern Mar 27. 2024

독서 : 세상은 책 읽는 사람을 안 좋아하는 것 같다.

 책을 읽는 것은 매우 즐거운 일이다. ‘왜’ 즐겁냐고 물어보면, ‘그냥’이라고 답할 수밖에 없지만 굳이 이유를 말하라면 ‘압도당하는 것’을 느낌을 주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매주 1권 이상 읽으려고 하지 않아도 읽게 되는 것이 일상이 된 것 같다. 손이 닿는 곳에 책이 있기에, 자연스레 읽게 된다. 나는 책을 많이 읽는 편이 아니다. 그저 책을 좋아하고, 책 읽기를 쉬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무슨 책을 읽었는지, 얼마나 읽었는지 이야기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야기하지 않는 이유가 나의 부족함 때문만은 아니다. 세상은 책 읽는 사람을 안 좋아하는 것 같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독서는 철저하게 개인적인 작업임에도 세상-비독서가들, 어쩌면 무식한 이들-은 독서가를 비판한다. ‘이상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취급한다. 나를 비난하고, 비판하는 것은 언제나 환영이다. 그러나 그 근거가 내가 지금까지 읽은 책, 지식에 ‘물들었기 때문’이라거나, ‘저급한 사상에 취했다’라거나 하는 헛소리일 경우 언제나 반박한 준비 또한 되어 있다. 

 일단, 읽고 떠들어라. 인간은 잘근잘근 물고, 뜯고, 씹을 만한 가십거리를 좋아한다. 특히, 배웠다고 하는 지식층들의 오류를 즐겨 비판하는 듯하다. 나의 삶의 환경에서 실제로 경험했다. 그저 내세울 수 있는 것은 ‘인생 연수’뿐인 사람들이 ‘책이 문제’라고 이야기할 때, 그리고 ‘문제인 책을 읽는 사람도 문제가 있다’라고 할 때, 불쌍하다. 교만한 적 없는 사람을 세워놓고 ‘너는 교만한 사람이다’라고 단언하며 <자신의 열등감을 또는 무식함을 감추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실로 딱하다. “독서를 할 때는 우선 이항대립의 탈구축을 하지는 마세요. 저자가 설정하고 있는 이항대립을 그대로 쫓아가세요. 개념의 지도를 그리세요. 즉, 읽으면서 딴지를 걸지 마세요.1)” 자기 지식을 소유한 사람은 어떤 대상이든 수용할 수 있다. 비판을 즐겨한다는 것은 듣기를 즐겨한다는 의미이다. 책을 읽고 비판하고 싶으면, 특정 지식을 비판하고 싶으면 ‘일단 읽어야’ 한다. 읽고 싶은 대로 읽든, 비틀어서 읽든 ‘어쨌든 읽어야’ 한다. 

 옳다는 믿음을 내려놓기 싫은 사람들은 떠들기만 한다. 읽지 않고 ‘책’ 자체를 비판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고민했다. 높은 수준의 독자는 다음과 같은 태도로 책을 읽는다. “그는 책을 읽는 동안 각 저자의 관점을 받아들이거나 거부하지 않으며 필요할 때는 자신의 불신과 (혹은 더 힘든) 믿음을 유예하고 저자의 관점 안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2)” 이 말을 뒤집으면, 자신의 불신 (혹은 더 힘든) 믿음을 유예하지 못할 경우, 책의 관점으로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다(물론, 예외도 있지만). 그저 자신이 보고 들은 1차원적 감각으로만 살아가는 동물-움직이는 물체-에 불과하다. 따라서 빈약한 근거로 책 자체를 비판하는 그 비판으로 자신이 무너진다. 

 아니다, 내가 틀렸다, 당신-책을 읽지 않은 자-은 참으로 창의적이다. 나는 책이 옳다고 하고 싶지 않다. 책에 매장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책을 읽는다고 해서 ‘반드시 그 책에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님’은 분명히 하고 해두고 싶다. 앞서 한 나의 주장은 모두 잊어주기를 바란다.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을 가진 사람을 본받고 싶다. “책이란 읽을 때마다 다시 꾸며지는 것이란 점을 그들에게 알려주는 곧 별 피해가 없이, 심지어는 이득을 얻기까지 하며 여러 가지 곤란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수단을 그들에게 제공해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통찰력 있게 말할 줄 안다는 것은 책들의 세계를 훨씬 웃도는 가치가 있다. 많은 작가들의 예를 통해 알 수 있듯이, 교양 전체는 담론과 그 대상 간의 연관을 끊고 자기 얘기를 하는 능력을 보이는 이들에게 열리는 것이다.3)” 나를 비판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무시한 것을 후회한다. (통찰력 없이) 자기 얘기를 하는 능력을 보이는 이들을 소중히 여겨야겠다. 






참고문헌


1) 지바 마사야, 김상운 옮김, 『현대사상입문』, 아르테, 2023, p.223.

2) C.S.루이스, 홍종락 옮김, 『오독』, 홍성사, 2017, p.89.

3) 피에르 바야르, 김병욱 옮김,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여름언덕, 2008, p.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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