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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ti PostModern Mar 22. 2024

감각에 관하여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은 매우 다양하며, 특히 어린 시절을 어떻게 보냈는지에 대한 논의는 스펙트럼이 넓다. 어린 시절이 삶의 대부분을 결정한다는 입장, 반대로 영향은 있지만 앞으로의 의지를 통해 바꿀 수 있다는 입장, 아니면 애초에 모든 것이 결정되어 태어난다는 입장 등 ‘현재의 인간을 그렇게 만든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무엇이 옳다 그르다, 또는 맞다 틀리다고 하기 어렵지만, 각 주장을 살피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이 문제는 시간을 바라보는 관점, 공간을 바라보는 관점과도 연결되기 때문에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좋은 주제라고 할 수 있다. 이 부분을 다룰 때 언급될 수밖에 없는 것은 ‘교육’이다. 삶의 중요한 부분인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에 관한 부분이다. 이 부분은 가르치기 어려운 부분이다. ‘왜 어려운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한다. 


 인간 삶에 있어서 교육은 매우 중요하다. 어릴 때 형성된 것이 성인이 되어서의 모습을 일부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교육으로 인간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교육을 행한다고 해도 인간 본래 타고난 것은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교육으로 사람을 바꿀 수 있었다면, 이 세상은 천국이 되어야 마땅하다. 또한 아무리 좋은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을 일으키는 경우가 허다하다. 불변의 진리라고 하기 어렵지만, 인간은 가르침에 반하는 습성을 어느 정도 지닌 듯하다. 따라서 교육에는 성공이라는 단어가 붙을 수 없다. 항상 실패라는 꼬리표가 붙으며, 그 앞에 ‘덜’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싶다. 


 교육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어쩌면 전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라고 할 수 있다. 어떻게 잘 듣고, 잘 말하고 읽으며, 쓸 수 있게 할 것인지가 교육의 핵심일 것이다. 나는 “잘 들어야 해”, “잘 말해야 해”, “잘 읽을 수 있어야 해”와 같은 말을 많이 듣고 자란 편이다. 특히, 잘 듣고 잘 말해야 한다는 것을 끊임없이 들은 것 같다. 잘 듣고, 잘 말하는 것이 무엇일까. 때로는 추상적이기도 하고, 맥락에 따라 관용적으로 쓰이는 표현이기도 해서 애매하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어떻게 해야 잘 듣는지를 생각하는 것보다, 어째서 잘 듣지 못하는 것인지, 더 정확히 표현하면 무엇 때문에 잘 듣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인지 이유를 찾아내고자 한다.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는 장애를 가지 않았다면 ‘타고나는 부분’이다. 읽기와 쓰기는 조금 다른 측면에서 다뤄야 하지만, 듣기와 말하기의 경우 태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 듣고자 하는 의지와 상관없이 들리는 것이 정상이며, 말을 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것이 지극히 정상이다. ‘당연한 것’으로 느낄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자연스레 들었고, 말하게 됐다. ‘자연스럽다’라는 표현을 이해하기 쉽게 바꾸면, ‘자동적이다’라고 할 수 있다.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를 가르치기 어려운 이유는 인간 모두가 타고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1차원적인 감각으로,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과정과 같다. 그래서 ‘잘 듣는 것’, ‘잘 말하는 것’, ‘잘 보는 것’의 ‘잘’이라는 부분을 이해시키기 어려운 것이다. 따라서 인간이 타고나는 것, 감각을 어떻게 다룰 수 있는지가 교육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당연한 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동시에, 당연한 것을 당연한 것에 그치지 않게 해야 한다. 당연함을 무시해서도 안 되고, 당연함에 잠식되어서도 안 된다. 우리는 충분히 잘 듣고 있고, 잘 말하고 있기에 잘 들으려고 해야 하며, 잘 말하고자 의식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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