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 그렇지만 하고 싶은 일의 부재
수능이 끝나고 성인이 되기도 전에 나는 아르바이트를 구했다. 그리고 20살의 한 해는 재수생활을 하며 보냈다. 수험생활을 끝내자마자 다시 아르바이트를 구했고, 코로나 시대 속에서 살았다. 그리고 22살. 8월에 군 입대를 앞두고 난방 시공을 보조역할을 하며 돌아다녔다. 그리고 군대로 들어갔다.
군대에 들어가기 전, 학업이라는 굴레에 벗어나서는 규칙적인 생활을 해본 적이 없다. 누군가에 의해 강제적으로 한 적도 없고, 내 의지로는 더욱 규칙적인 기상, 수면, 식사 등.. '규칙', '루틴'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리고는 성인 남성이라면 당연히 행해야 하는 의무 속에 들어갔고, 고등학교 이후 오랜만에 규칙적인 생활을 했다. 이것은 더욱 강제적인 생활이었다.
그렇게 나는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저녁을 기다리고, 주말을 기다리고, 휴가기간을 기다리는 그런 삶은 죽어도 싫다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건대, 아마 하고 싶은 일은커녕 하고 싶은 취미도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저녁을 기다려도 저녁에 설레는 일은 없고, 주말도 설레는 일은 없었다. 피곤하다는 이유만으로 잠만 잤다. 우리 부대 상황상 잠이 너무나도 부족하긴 했지만, 다른 동료들보다 정말 더 더 잤다. 잠으로 회피했던 것일지, 잠 밖에 없었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소소한 취미조차 없었기 때문에 그런 삶을 혐오했고, 자연스럽게 '그럼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야지!'라는 마음이 생겨난 것 같다.
자유로 복귀, 그리고 표류
2023년 2월에 드디어 전역을 했다. 그리고 3월에 복학을 했고, 상황이 꼬여서 3주 만에 휴학했다. 1년이라는 시간이 주어졌다. 2023년 8월. CGV에 아르바이트하기 전까지 자유로운 시간이라는 바다 위에서 표류했다. 아니, 또 스케줄제라 규칙적인 삶을 살지 않았다. 그렇게 알바만을 하며 살다가, 복학을 하게 되었고 나는 내 생활비를 내가 벌어야 했기에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는 학교생활을, 주말에는 피시방 알바를 시작해서 삶을 살았다.
이전에 자유로운 삶과는 너무 달랐다. 주말조차도 없었다. 이 시점까지 나는 정말 취미도 없고 일상 자체가 공허했기에 너무 힘들었다. 무언가를 기다리는 게 없었다. 그렇다고 현재를 살지도 않았다. 공허라는 폭풍 속에서 그저 버텨낼 뿐이었다. 그러다 너무 지쳤고,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자체공강을 하루 만들었다. 바로 교보문고에 들렀고, 마음의 지혜라는 책을 집었다. 바로 구매를 해, 옆에 스타벅스에 앉아 책을 읽었다.
나는 평생 텍스트와는 친하지 않았다. 그나마 군 입대 전, 에어컨 밑에서 하루 종일 누워 '전지적 독자시점'이라는 웹소설을 접했고, 처음으로 글을 읽으며 소름 돋는 경험을 했다. 그 이후로도, 1년에 1~2권 읽을까 말까 했다. 성공을 하려면 책을 읽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매번 도전했으나, 매번 실패했다.
중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분명 게임도 나의 삶을 충만하게 했다. 야구도 나의 삶을 충만하게 했다. 하지만 14살 이후, 어떤 것도 나를 충만하게 하지 못했다. 몰입하는 게임도 없었고, 공허하게 해야 할 게임을 찾아다녔다. 그러다가 25살 4월. 나의 가슴을 뜨겁게 하고 설레게 하는 일이 생긴 것이다. 그것이 독서라니, 너무 내 삶과 괴리감이 있지 않은가?
규칙적인 삶 속에서의 행복
그렇게 2주 동안 책을 시간 나는 대로 읽었고, 나의 삶에 독서가 들어왔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수업이 끝나고 공강 시간이 되면 학교 북카페에 앉아 과제와 독서를 번갈아가며 했다. 이때 열심히 과제와 공부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독서와 글쓰기 덕분이다. 책을 읽다 보니 안 그래도 생각이 많았던 나에게 영감까지 생겨났고, 과부하 된 뇌를 쉬게끔 하기 위해 글쓰기까지 이어졌다. 부모님에게 돈을 빌려 방학 전까지 생활비를 마련했고, 그렇게 주말알바를 그만두었다. 지금 생각해도 이때의 결단은 성공적이었다.
5월부터 6월 두 달간 정말 규칙적인 삶을 살았다. 나에게 어색했던 '독서', '글쓰기', '헬스', '러닝', '규칙'이라는 단어들이 내 삶에 녹아들었다. 이때를 회상해 보자면, 또 이때의 내가 적어놓은 기록을 보면 정말 행복했다. 자유로운 삶을 원하고, 하고 싶은 일을 원했던 내가, 규칙적인 삶을 살았고, 하기 싫은 일을 하며 살았다. 아이패드와 노트북을 쓰고, 펜과 노트에 무언가를 적는 내 모습에 취했다. 하루 종일 학교에 있었고, 오후 7시가 되어 집에 돌아와 저녁을 간단하게 먹고 헬스를 다녀와 잠자리에 드는 일정.
자유로우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불행했고, 규칙적인 삶에서 행복을 느꼈다. 군대에서 규칙적인 삶을 살긴 했지만 그것은 내 의지가 아니라 강제적이었고, 심지어 시간을 버틸 요소가 아예 없었다. 나는 아마도 주체적으로 규칙적인 삶을 재단 하고, 그것을 멋있게 살아가는데 행복을 느끼는가 보다. 내가 바라는 내 모습을 향해 달려가고 있을 때, 행복한가 보다.
자유의 노예
그런 규칙적인 삶 속에서 내 꿈이 생겼다. 글을 쓰며 살아가고 싶다는 꿈. 그 꿈을 가진 것은 운이 정말 좋았지만, 처음으로 꿈을 가졌을까 내 꿈을 잘못 해석하여 행동했다. 다시 자유 속으로 뛰어들었다. 작가가 꿈인데, 갑자기 심리학과라는 꿈을 가졌다. 그렇게 학교를 다시 휴학하고, 수능 공부를 준비했다. 이때도 CGV에서 알바를 하고 있었는데, 알바에 끌려다니며 정말 주체적이지 못하게 자유롭게 살았다. 다시 자유라는 바다에서 표류된 것이다. 알바와 수능 공부.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연애까지 하다 보니 독서와 글쓰기는 나와 멀어졌다. 동시에 내 삶에서 '헬스'와'러닝' 그리고 '규칙'이라는 단어와도 멀어졌다.
많이 방황하다가 여러 인물의 도움으로 다시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 본질을 찾을 수 있었다. 그렇게 다시 독서와 글쓰기와 친해졌다. 하지만 이내 다시 방황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정말 가장 큰 이유는 '규칙적'의 부재다. 알바는 바빠졌고, 매일 매주 다른 스케줄에 치여 살며 내 삶이 곪아가고 있었다.
여자친구의 도움으로 좋은 기회를 얻어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1주일을 버텨냈다. 정말 오랜만에 퇴근이 기다려지는 삶이었고, 주말이 기다려지는 삶이었다. 첫 사회생활이라 힘도 들었지만, 또 동시에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적응과 이런저런 일정으로 피곤했지만, 삶은 풍부해졌다. 위기도 있었지만, 극복해 냈다. 아침에 부족한 수면시간을 보내고 든 생각인데, 자유로운 삶 속에서 충분하다 못해 과한 수면시간과 함께 보냈던 고통보다 부족하더라도 아침에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 '출근하기 싫다' '퇴근하고 싶다' '주말이 왔으면 좋겠다'는 고통이 더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했다. 그리고 더 버틸만했다. 본질을 볼 수 있었다.
내 삶이 방향을 잃은 것의 이유는 규칙의 부재이고 자유를 향한 갈망이었다. 그리고 나를 충만하게 하는 일의 부재였다. 하지만 규칙이 생겼고, 나를 쉬게 하는 취미가 생겼다. 언젠가는 이룰 꿈도 생겼다. 여러 가지 부분에서 목표도 생겼다.
자유의 노예에서 벗어나자. 규칙의 주인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