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에 재미를 붙인 것일까, 오늘 글을 썼음에도 또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누가 보면 되게 오버한다고 생각할 거야'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또 타인에 시선을 신경을 쓴다. 이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오는 생각은, 노크도 없이 매일 자기 마음대로 들어왔다 나간다. 그래도 다행인 건 이 녀석이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나는 보고 있다는 것, 그리고 나가라고 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이 있다. 바로 '미미미누'. 입시 관련 콘텐츠를 주로 다루는 채널인데, 수능과는 거리가 멀어졌음에도 재미도 있고, 자극도 되기에 구독을 하고 있다. 여기서 가장 재밌는 것이 '헬스터디'라는 콘텐츠인데, 주로 노베이스의 학생들을 뽑아 이것저것 지원을 해주면서 수능까지 달려 나가는 그런 콘텐츠이다. 인상 깊었던 시즌은 2이다. 시즌1을 볼 때는 그래도 아직 '수능'이라는 것에 조금이라도 미련이 남은 상태로 봤다면, 이번 시즌은 더욱 떨어져 응원하는 마음으로 보고 있었다. 나도 수능이라는 것을 3번이나 경험했기에, 10월과 11월만 되면 그 특유의 향기가 난다.
지금 주인공은 정말 열심히 한다. 각 과목의 선생님들도 인정하고, 또 존경한다고까지 말한다. 채널 주인인 미미미누를 포함해서 말이다. 무언가에 긴 시간 동안 열중하는 것. 내가 가져보지 못한 경험이라서 그럴까, 그런 사람들을 보면 질투심은 전혀 들지 않고 그저 존경스러울 뿐이다. 친한 친구들 중에도 그런 친구들이 많고, 거기에 대한 존경은 항상 가지고 있다. 그들도 좋아해서 푹 빠진 일이 아니다. 분명 하기는 싫은데, 참아내고 견뎌내며 묵묵하게 달려 나가는 모습. 결과를 떠나 후회 없이 그 하기 싫음을 견딘 그 시간들, 그 경험들은 어떠한 형태로든 삶에 너무나도 좋은 거름이 되겠지.
나 스스로에 대한 기준이 높은 것일까, 나는 스스로 끈기가 없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저렇게 끈기 있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부러웠고 존경스럽다. 그들과 비교하며 나를 더욱 깎아내렸다. 그러면서 삶의 공허감은 커져만 갔다. 아버지도 나에게 자기를 닮았다며 끈기를 가져라 했지만, 어릴 때부터 끈기는 없었다. 그저 재밌는 일들을 했고, 싫증이 자주 나서 그 재밌는 일들이 자주 바뀌었다. 말 그대로 폐인처럼 게임에 푹 빠지기도 했고, 야구에 푹 빠져 선수를 꿈꾸기도 했다. 그러고는 또다시 게임으로 돌아오면서, 그렇게 재미만을 찾아 살았다. 내 인생에 '공부'는 없었다. 그러다가 게임에서도 마냥 어릴 때처럼 흥미를 느끼진 못했다. 점점 현실을 회피하기 위해, 게임으로 떠났다.
작년 전반기에, 어떠한 계기로 인해서 하기 싫은 공부를 했다. 버텨냈다. 그래서 학점을 잘 받았다. 거기에 헬스도 시작해 꾸준하게 했었고, 러닝도 1년 동안 중간에 쉼이 있었지만 꾸준하게 해 봤다. 그러나, 역시 끈기 없는 내가 또다시 돌아와서 공부가 하기 싫어졌고, 어떠한 압박감에 시달렸다. 방향이 잡혔다고 생각했는데, 저렇게 묵묵히 견디는 사람들 영역에 발을 담갔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던 것일까.
수능을 떠올리니, 22년 10월이 떠오른다. 이 시절, 나는 군대에 있었다. 수능을 앞두고 있었다. 물론 공부 시간은 많지 않았다. 그래도 군 생활이 먼저라고 생각해서, 군 생활에 집중했다. 그렇게 미루고 미루다, 22년 7월쯤 공부를 시작했다. 평일에는 아침 점호 후 짧게 30분~1시간 정도 국어 지문을 풀고, CCTV 근무를 설 때 잠깐 보는 영어 단어, 그리고 야간 연등 2시간. 총 2시간에서 4시간 정도 공부가 가능했다. 주말에는 시간이 많이 났지만, 나는 운전병이었고 배차를 많이 가고 병사들이 부족해 근무를 들어가느라 잠이 부족했다. 하루에 5~6시간 잤던 것 같다. 잠이 많은 나는, 주말에 몰아 자느라 공부를 하지 않았다. 물론 의지가 확고했다면 잠을 자지 않고 공부를 했겠지만, 나에게 동기는 크게 없었다.
어차피 군대는 남들 다 보내는 시간이라서 큰 부담은 없었다. 실패해도 본전인 느낌. 이때 22년 10월쯤, 이찬혁의 '파노라마'에 꽂혔다. 이찬혁의 솔로 앨범 Error의 타이틀곡이다. 사고 때문에 현실과 저세상의 경계에서 왔다 갔다 하는 상황에 '이렇게 죽을 순 없어 버킷리스트 다 해봐야 해 짧은 인생 쥐뿔도 없는 게 스쳐가네 파노라마처럼'라고 외친다. 노래 자체가 좋았고, 멜로디도 좋았지만 가사 한 줄이 나에게 꽂혔다. 몰두해 본 거라곤 게임과 야구밖에 없던 나는, 항상 마음 한편에 '좋아하는 일'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찾지 못했고, 찾으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인생이 무기력했다. 군대에 들어와서도 행동하지 않았지만, 계속 저 마음을 가지고 지냈다. 그리고 사실 군대에서 수능을 준비한 것도, 사회에 다시 나가서 누군가가 나에게 "너 뭐 하고 지내니?"라고 묻는다면 "저는 지금 대학생입니다!"라며 대답하기 위해, 보험 느낌으로 준비했다. 보험을 드는 느낌인 것이다. 막상 하고 싶은 일을 찾으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고 계속 미루었다. 군대라는 한정된 공간에서의 시간들은,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한다는 핑계를 대기 적합했다.
그렇게 대학교에 합격하고, 전역했고, 입학했다. 그러나 상황이 좋지 않아서, 또 내 의지가 강하지 않아서 바로 휴학을 했고 1년이란 시간이 생겼다. 이때도 나는 '이 시간을 활용해서 하고 싶은 일을 찾겠어!'라며 자신 있게 외쳤지만, 무기력한 나날을 보냈을 뿐이다. '파노라마'를 들으며 그저 망상만 했다.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하고 싶은 일'을 찾고, 그것에 열중하며 사는 인생을 상상했다. 상상력이 풍부한 내 능력 덕분에, 그 상상에 머물렀다. 현실에서는 그냥 멈춰 있었다. 상처는 곪아 가는데, 병원에 가지 않는 그런 시기였다.
묵묵히 견디며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세상에 발을 담갔다고 생각했지만, 잠시 담가둔 발을 바로 뺐고, 그 발은 순식간에 말랐다. 하지만 거기서 얻은 것도 있었다. '성장'하고 싶은 마음. 또 '성장'의 즐거움을 얻었다. 독서와 글쓰기가 취미가 됐고, 헬스와 러닝이 취미가 되었다. 그러면서 계속하고 싶은 일에 대한 갈망은 있었고, 최근에 들어서 그 좋아하고 즐겁고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 바로 글을 쓰는 것. 블로그 글이든, 혼자 쓰는 글이든, 소설을 쓰든 '글을 쓰며 살아가는 인생'을 택했다.
회피성이 아니었다. 정말 '나'의 단전에서 올라오는 마음이다. 오히려 이 목소리를 나는 '현실적'이라는 현실적이지 않은 말 때문에 무시하고 있었다. 분명한 건, 여태 가져온 인간관계 중에서 나는 항상 생각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나도 생각이 많은 편인데 너는 정말 많구나"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깊은 정도는 아니지만 단순하게 책에서도 심리학, 철학에 관해서 흥미를 느꼈었다. 더 이상 회피하지 않고 받아들이니, 드디어 멈춰있던 다리가 앞으로 향해 움직이는 느낌이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데 스트레스가 없다. 나는 나를 나은 사람으로 만드는 지식을 얻는 게 즐겁고, 그에 대해서 내 인생에 있었던 일들에 대한 해석,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게 즐겁다. 좋은 문장을 얻는 게 좋고, 생각을 표현하는 게 좋다. 게임소년이었던 내가, 책을 좋아하게 되었다. 글을 쓰고 있다.
이제야 비로소, 버킷리스트가 생겼고, 이렇게 죽을 순 없고, 짧은 인생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