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없다는 사실이 사람을 어떻게 불안과 공포, 벗어날 수 없는 절망 상태로 몰아가는지 경험했다.
<부자의 언어>, 존소포릭
1
나에게 돈이라는 것은 늘 부족했다. '돈이 부족해'라는 문장이 늘 내 안에 가장 크게 자리했다. 그래도 많은 기억이 남아있는 5살 때부터, 가난에 관한 에피소드를 떠올려보았다. 태어나서 5살 때까지, 2층에 좁은 집에 거주했다. 5명인 가족임에도 턱 없이 부족한 평수였다. 정말 작은 부엌에, 작은 방 두 개. 그리고 복도. 명절이 되면 친척집에 가곤 했는데, 어떤 집보다도 우리 집이 가장 좁았다.
5살부터 7살 때까지 거주하던 집에서 조금 떨어진 5층짜리 아파트로 이사 갔다.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게 이삿날 나는 외갓집에 맡겨졌고 사촌형들과 신나게 논 뒤에 새로운 우리 집에 도착했다. 거실 벽에 기대어 앉았고, 아빠와 엄마는 나에게 새로운 집이 어떻냐고 물었다. 나는 "음 살만하네"라고 말했고, 아이에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왔기에 귀여운 웃음꽃이 피었다.
하지만 딱히 '가난'하다고 느끼진 못했다.
2
2006년 후반기. 집주인은 자기 자식이 살아야 된다 말했고, 그렇게 우리는 다른 집으로 이사가게 된다. 28평의 집에서 18평의 집으로 이사했다. 그때 당시에도 지어진 지 오래된 아파트였다. 거의 30년 된 아파트. 5층이었고, 엘리베이터는 없었다. 좁은 방 두 개와, 좁은 거실, 좁은 베란다, 좁은 부엌. 이 좁은 공간에 5명이 살았다. 당연히 내 방은 없었다. 침대 하나에 내가, 아래에 아빠가, 거실에 엄마가, 다른 방에 누나 두 명이. 발을 디딜 틈도 없었다. 거실에는 햇빛 따위 들어오지 않았다. 명절에 친척집에 있다가 돌아오게 되면 늘 서글펐다. 주말에도 서글펐다. 이때 나는 서글프다는 말을 많이 뱉었다. 친척집은 45평의 넓은 집. 우리보다 적은 가족의 수, 그리고 비교되는 아파트 커뮤니티의 공간들. 이런 것이 어린 나에게도 보일 만큼 비교가 되었기 때문이겠지. 엄마는 말했다. "그냥 햇빛을 못 봐서 그래"
그때부터 나는 '집', '공간'에 대한 결핍이 생겼다.
3
초등학교 시절, 뒷문 아이들과 정문 아이들이 나뉘었다. 정문은 비교적 다양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친구들이었고, 뒷문은 우리 집처럼 집의 컨디션이 그렇게 좋지 않은 친구들이었다. 같은 동네임에도 불구하고, 정문으로 들어오는 친구들은 정말 다양한 대단지 아파트에 살고 있었고, 뒷문으로 오는 친구들은 상태가 좋지 않은 주택, 또는 우리 집 같은 좁은 아파트에 거주했다. 정문으로 오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그들 집에 놀러 가면, 집부터 구경했다. 그리고 인터넷에 부동산을 검색해서 집 안 구조를 파악하고, 그 구조를 떠올리며 이사 가는 상상을 하며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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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유에서 일까, 집을 내 마음대로 바꿔보고 싶었다. 이사를 가는 건 현실성이 없으니까. 그냥 이 좁은 집에서라도 꾸미고 싶었다. 그렇지만 5명이 살고 있었고, 짐이 가득 차 있어 꾸민다는 건 어림도 없었다. 그 때문일까, 좋지 않은 컴퓨터로 수많은 게임을 하면서도, 초등학교 시절 가장 행복했고 기억에 남는 게임은 '동물의 숲'과 '마인크래프트'였다. 그 게임 속에서는, 나의 공간을 마음껏 꾸밀 수 있었다. 블로그를 꾸미는 것도, 내 '공간'을 꾸민다는 것에 재미를 느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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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프로는 아니겠지만 정말 상상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걸까? 초등학생 5학년이 되면서 25평의 집으로 이사가게 되었다. 7살 때까지 지내던 동네였다. 물론 초등학교를 버스를 타고 등하교해야 했고, 동네친구들과 멀어지는 아픔이 있었지만, 내가 인터넷 부동산에서 보던 25평 구조인 빌라로 이사했다. 보일러가 잘 되지 않았었나, 아니면 보일러를 틀지 않아서였나 추운 방이었지만 내 방도 생겼다. 거실도 있었고, 방도 세 개였다. 그리고 중학생 2학년이 되면서 32평의 나 홀로 아파트로 이사를 가게 되었고, 집의 컨디션은 더욱 늘어났다. 결국 지금, 평수가 25평이긴 하지만 대단지 아파트에 거주한 지 2년이 되었다. 결국 형편은 나아지긴 했다. 하지만 어린 시절 결핍이 가득할 때, 지금 사는 집에 오게 되었다면 얼마나 행복했을까라는 생각에 잠긴다.
상상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면, 나는 이제부터 어떤 미래를 상상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