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로운 사람이 되고 싶어요

by 앤틱
언니 우리 커피 좀 빨리 주이소

나는 이 추운 겨울에 냉 잔치국수를 먹은 뒤, 국숫집 바로 옆에 있는 카페에 앉았다.

구석 자리에 앉아 노트북으로 뉴스레터를 읽고 있었다.

창문을 바라보며 앉을까 고민하다가 결국에는 창을 등 뒤에 두고 카페 안을 보며 앉았다.


카페사장님과 직원분은 분주했다. 점심시간이 지난 직후라, 넓지 않은 카페에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손님이 한꺼번에 나간 나머지 책상 위를 정리하고, 또 음료를 만드시느라 바쁘셨다.


여유를 느끼기 위해 오는 카페. 나에게 카페 이미지는 그렇다. 바쁜 삶 속에서, 그래도 짧은 시간 동안에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글을 쓰기도, 공부도 하는 공간.


그 여유로운 카페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카페의 직원들은 바쁘다. 카페 안에 있는 모두가 여유로울 수는 없는 걸까? 나의 여유는 저들의 바쁨에서 오는 걸까? 나는 4,800원의 커피를 주문하고 여유롭게 마신다. 그들은 4,800원을 받고 바쁘게 커피를 만든다. 역시 무언가는 포기를 해야 한다. 모든 것을 가질 수는 없다.


어느 누가 보더라도 직원들은 바빠 보였다. 나이가 지긋하신 할머니 세 분이 들어오셨다. 지금 막 주문을 받고 커피를 내리기 시작했는데, 할머니 한 분이 직원분에게 말씀을 건네셨다. "언니 우리 커피 좀 빨리 주이소. 바빠요"


뭐가 그렇게 바쁘신 걸까? 이후에 일정이 있으신 걸까? 아니라면, 인생이 짧다고 더욱 느끼셔서 시간을 알차게 보내셔야 하기 때문일까? 커피가 없이도 이야기를 나누실 수 있는데. 카페인을 빨리 몸에 넣지 않으면 큰일이 나시는 상황이기 때문일까?


겪어보지 못한 세상이긴 하지만, 나는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 여유롭고 싶다. '여유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 이 말은 즉슨 지금은 여유롭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20대에게 여유라는 것은 사치일까? 사회가, 내 상황이 정말 여유롭지 않을 걸까, 아니면 나 자신이 여유롭지 않게 받아들이는 걸까. 어쨌든 나는 여유롭고 싶다.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감각 속에서도 보란 듯이 여유롭게 살고 싶다.


어쩌면 지금 당장도 여유로울 수 있다. 그건 아마도 나에게 달려있을지도 모르겠다.

실제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내 사고를 붙이지고 이런저런 의미부여를 하지 않기.

그렇게 고통을 있는 그대로 마주한다면

정말 이 '순간'을 살아간다면

여유로운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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