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by 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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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너무 많다. 글 쓰며 살아가고 싶은 나에게는 좋은 재능이다. 정말 쉴 틈 없이 생각하기 때문에, 글감은 넘쳐흐른다. 대부분 사람에 대해서다. 삶에 대해서다. 분노도 있고 짜증도 있고 희망도 있고 여러 가지 생각이 서로 공을 주고받는다. 좋은 재능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통제하지 못하고 휩싸인다면 나는 유망했던 축구선수처럼 될지도 모르겠다. 사실 유망주인지도 모르겠다.


어제 힘든 하루를 보냈다. 어제뿐만 아니라 요즘에 힘들다. 영화관에서 알바 중인데 상황은 복잡하다. OTT의 등장, 비싼 영화표, 푯값에 상응하지 못하는 재미없는 영화 개봉의 연속.. CGV의 상황은 좋지 않다. 보통 영화관의 성수기는 방학이다. 그래서 항상 방학시즌에 맞추어 미리 아르바이트생들을 채용한다. 올해 초반, 겨울 방학임에도 불구하고 영화관은 조용했다. 보통 아르바이트생 입장에서도 방학 때 바쁘게 일해서 돈을 벌어놓고, 학기 중에는 자연스레 출근을 줄여서 학기와 병행하는 그림이 맞다. 하지만 이번 겨울에는 바짝 벌지 못했고, 4월에는 피크였다. 받아오던 평균 월급의 절반을 받았다. 이런 상황이니만큼, 인원들 더 추가하지 않았고 있던 아르바이트생들도 돈이 적으니 하나 둘 나갔다.


그리고 다시 방학 시즌. 분명 예전보다는 영화산업이 좋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관객 수가 줄어든 만큼 아르바이트생도 없기 때문에 바쁜 건 매한가지다. 그 덕분에 돈을 많이 벌고 있긴 하지만 그만큼 업무가 힘들다. 사실 지친다. 분명 오래 해온 일인데도 1인분만 해서는 굴러가지 않는다. 그 와중에도 자기 몫을 하지 않는 사람들과 같이 일을 하니 원래도 열심히 하던 아르바이트생들 중 몇몇은 분노가 밖으로 나오고, 몇몇은 그냥 서서히 지쳐가는 듯하다.


최근에 귀멸의 칼날이라는 영화가 개봉했다. 초반에 예매율이 엄청났고, 개봉 후 3일 만에 160만 명이 봤다. 엄청난 인기다. 위에 설명한 상황처럼 인원이 없는데 이런 상황이 생겼으니, 있는 인원들을 굴려야 한다. 알바임에도 불구하고 7시간이 넘는 근무시간. 그리고 주 4~5일. 나도 그중에 한 명이다.


이런 상황이 있었으니 올해 하반기에는 사람을 더 뽑을지 모르겠다. 분명 4월에 상황이 좋지 않을 때는 위에서 사람을 더 뽑지 말라하고, 연장근무조차 절대 하지 말라했다. 하지만 지금은 사람을 더 뽑아야 하고, 타이밍이 늦었기 때문에 있는 인원들이 어쩔 수 없이 연장근무를 하며 몸이 녹아나고 있다. 당장 9월에는 개강을 하기도 하고, 귀멸의 칼날의 인기가 줄어든다면 다시 근무시간이 줄어들 수도 있다. 하반기에는 전반기보다 기대작이 많기 때문에 이런 일은 없어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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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많다는 이야기를 하려 했는데 어쩌다 보니 내 신세한탄을 하고 있다. 어쨌든, 어제 컨디션도 좋지 않았다. 그래서 집에 돌아와 치킨을 시켜 먹었다. 치킨을 시켜 먹으니 자연스레 늦게 잠들었고, 속이 더부룩한 상태이니 잠의 퀄리티는 쓰레기였다. 그리고 오늘 일어났더니, 이런 상황 때문인지 부정적인 생각들이 나를 사로잡았다. 그런 생각들에게 휩싸이고 있었다. 잠은 못 잤고, 치킨과 설거지는 쌓여있고, 이런저런 핑계로 미룬 집안일 덕분에 바닥에 보이는 머리카락, 먼지, 더러운 화장실 등..


루틴의 필요성을 느꼈다. 내 생각을 통제하려면, 생각 없이 행동할 수 있는 루틴을 만들어야 한다. 알바도 스케줄제라 매주 매일 근무 시간이 바뀐다. 여기서 내 일상에 루틴이 없다면, 난 이렇게 휘둘려서 남은 하반기를 보낼 것 같다. 그렇게 시간을 보낸다면, 내가 얼마나 망가질지 무섭다. 오늘도 '일단 씻자' 해서 샤워를 했고, 그러고 나니 조금 괜찮아졌다.


조금 나아졌긴 했지만 글을 쓰는 와중에도 생각들 때문에 힘들다. 브런치스토리 작가가 되어 이렇게 책상에 앉아 글을 쓰고 있는데, 내 글이 에세이가 맞는 건지 사람들이 읽을지.. 스스로 의심이 든다. 이 정도 수준의 글이면 일기가 아닌가? 이런 글을 세상밖으로 꺼내놔도 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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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겠다. 구독자도 없고, 글도 두 번째 글이다. 생각 없이 그냥 써보자. 발행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