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인사

by 앤틱

2026년이 시작됐다. 나는 내 주변 사람들 한 명 한 명에게 새해 연락을 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나의 사촌 형은 나에게 안부전화를 하며, 올해는 어떨지 한번 지켜보겠다며 장난스럽게 압박을 주었다. 귀찮았고, 그냥 1월 1일에 해야겠다고 미뤘다.

그런데 내가, 정리하고 정리된 카톡 친구 목록에 있는 사람들에게 한 명 한 명 연락을 남겼다. 가까운 어른들에게는 웬만하면 전화를 걸었다. 전화라는 것이 나에게 달가운 행동은 아니지만, 달갑지 않은 만큼 하고 나면 좋은 감정이 드는 게 있다.

오랜만에 이모에게 연락을 드렸는데, 생각보다 길게 통화를 했다. 참 인간관계라는 게, 각자의 사정이 있고 오해도 있고, 너무나 복잡함을 느꼈다. 그런 인간관계 속에서도, 나와 스스로의 관계가 좋아야 다른 관계의 고리에도 좋은 에너지를 줄 수 있음을 느꼈다.

연락을 돌리고 나서 여자친구와 여자친구의 사촌 언니, 동생과 함께 2025년을 마무리했고, 2026년을 시작했다.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집에 가려고 택시를 탔다. 뭔가 예전과 달랐다. 예전에도 택시를 탈 때마다, 우리 아버지가 택시기사셔서 "저희 아버지도 택시기사세요!"라는 말로 대화를 나누고 싶기도 했다. 근데 차에서는 멀미를 하기도 하고, 용기가 부족해서인지 늘 택시 안에서는 침묵을 유지했었다.

어떤 성장이 있었을까. 어떤 고민도 없이, 기사님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인사를 건넸다. 나는 더 밝은 새해 인사를 받았고,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 사실 내가 거의 경청했지만 - 이전과 다른, 택시 안에서의 시간을 보내고 집에 돌아왔다.

그리고 자주 오는 집 앞의 카페에 앉아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자리를 잡고, 커피가 나와서 받으러 가는데 점장님(위탁이라 사장님인가)으로 추측되는 분께서 빨대의 비닐에 대한 꿀팁을 알려주셨다. 횟수로 따지면 10번을 넘게 왔을 텐데, 처음으로 대화를 나눠봤다. 그리고 버퍼링 없이 나는 새해 인사를 건넸고, 하루 차이지만 나의 내면에서 무언가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는 인사에 대한 부담 없이, 가볍게 던져야겠다. 가볍게 던진 인사가, 충만함을 가득 싣고 하루 전체에 퍼지기도 하니까.

나를 위해서, 타인에게 인사를 건네기.

멸종위기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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